쟝 마리 마샤도는 프랑스 재즈 피아노 연주자 가운데 90년대를 대표할만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나는 아직도 여러 차례의 오버더빙을 통하여 피아노 하나로 오케스트라 이상의 울림을 만들어 내며 그 속에 긴장과 서정을 표현하고 트리오 편성으로 키스 자렛에 대한 오마주를 보였던 그의 라벨 블레에서의 활동을 기억한다. 그런데 최근 그의 활동은 개인적인 면보다는 그룹의 조화와 새로운 음악 영역의 탐구에 더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안달루시아는 바로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 지방을 가리킨다. 안달루시아 하면 이슬람 문화와 가톨릭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자 집시음악과 결합하여 생성된 집시 음악의 고장이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이러한 안달루시아의 지역적 색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비록 자작곡과 함께 마뉴엘 드 팔라, 엔리케 그라나도스 같은 스페인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하고 있지만 이들 곡에서 스페인의 뜨거운 기후를 읽기는 어렵다. 이 정열의 땅의 자취는 음악적 형식으로는 간혹 드러나지만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실재가 아닌 벽에 걸린 사진에 가깝다. 분명 마샤도는 안달루시아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앤디 쉐퍼드, 게리 발란테, 자끄 마이유 등의 화려한 멤버들이 만들어 내는 뛰어난 앙상블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흐름이 다소 건조하고 밋밋하다는데 있다. 안달루시아의 태양을 표현하기에 사운드의 온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앨범 표지처럼 그저 미지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