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에디 히긴즈는 트리오 편성을 중심으로 수많은 미국 스탠더드 곡들을 연주해 왔다. 이들 곡들을 그는 자신만의 투명한 피아노 음색과 언제나 노래하는 듯한 즉흥적 멜로디들로 새롭게 바꾸어 왔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과 국내 재즈 애호가들에게 아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래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피아노 연주자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에디 히긴즈의 앨범을 리뷰 할 때마다 내가 언급하듯 앨범이 거듭될수록 그의 신선하고 경쾌한 피아니즘은 한계효용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고 하나의 예측 가능한 패턴화된 연주로 변질되는 느낌을 주었다. 물론 최근 그 역시 이를 인식했는지 편성의 변화와 연주 방식의 변화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또 그 노력들은 일정부분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정작 감상자들이 바라는 에디 히긴즈의 사운드가 그만의 투명하고 부드러운 사운드의 기조는 변하지 않되 그러면서도 무엇인가 새로운 맛을 주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이런 변화들은 한편으로는 감상자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안정성과 신선함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을까? 이것을 히긴즈-혹은 제작자 테츠오 하라-는 레퍼토리의 변화에서 찾은 모양이다. 하지만 연주 레퍼토리의 변화는 매번 있던 것이지 않는가? 반문할 감상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보여주는 레퍼토리의 변화란 그동안 에디 히긴즈가 수 차례 참조했을 미국 스탠더드 곡집을 덮고 대신 그동안 가금씩 한 두 곡 참조하기만 했었던 라틴 곡집을 여는 것이었다.
그래서 앨범은 맥시코 작곡가 가브리엘 루이스의 “Amor”를 타이틀 곡으로 하고 탱고 풍의 “Jalousie”, 볼레로 풍의 “Historia De Un Amor” 등을 수록하고 있다. 여기에 콜 포터와 클래어 피셔의 스탠더드 곡과 자작곡 한 곡을 넣었다. 그러면서 전체 기조를 라틴 풍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디 히긴즈가 라틴 재즈를 연주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어디까지나 이번 앨범은 기존 스탠더드 재즈 트리오 앨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에디 히긴즈의 피아노 솔로는 여전히 멜로디 중심적이며 앨범 타이틀처럼 “사랑”을 기조로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라틴적인 색채가 느껴지는 것은 이들 라틴 곡들 자체의 정서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볍게 날아갈 듯 연주하는 베이스와 드럼 때문이다. 그것이 기존 제이 레온하트를 대신하여 새로이 등장한 베이스 연주자 션 스미스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드럼 연주자 아시온느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리듬은 쿠바가 되었던 아르헨티나가 되었건 아니면 멕시코가 되었건 어느 라틴 국가의 후덥지근한, 그러면서도 은근한 사랑의 매혹이 기다리고 있는 밤을 연상하게 한다.
결국 에디 히긴즈는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익숙함과 새로움을 섞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것은 그대로 감상자들의 큰 호응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