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마리아 테스타는 이태리어로 노래하는 이태리 가수다. 그러나 정작 그의 인기는 이태리가 아닌 프랑스에서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래서 앨범들은 모두 프랑스에서 제작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그의 5번째 앨범인 <Altre Altitudini>도 마찬가지다.
지안마리아 테스타는 의미로 가득 찬 시적인 텍스트와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를 지닌 유럽 특유의 음유시인 가수들의 음악을 계승하고 있다. 특히 그의 거칠면서도 정감 있는 목소리와 창법은 무척이나 매력적인데 특히 이태리의 노장 가수 파올로 콘테를 연상시킨다. 그를 모르고 파올로 콘테만 아는 상태에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분명 파올로 콘테로 착각할 정도다. 그러나 그의 보컬이 파올로 콘테에 닿아 있다면 일렉트로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하는 촉촉하면서 공간미가 드러나는 사운드는 조즈주 무스타키나, 조지 브라상의 포크 음악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간간히 낭만적인 이태리 재즈적인 요소와 따스한 남미 음악 일부분이 정서적으로 차용되고 있음이 발견된다. 실제 이 앨범에는 트럼펫 연주자 엔리코 라바, 피아노 연주자 리타 마르코툴리, 베이스 연주자 엔조 피에트로파올리 등 음악적 경계를 넘나드는 이태리 음악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극적인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그의 노래들은 무척이나 소박하고 정겹다. 앨범에 담긴 14곡의 노래와 1곡의 음악들은 모두 지안마리아 테스타가 살면서 느낀 다양한 개인적 느낌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래서 앨범의 모든 수록 곡들은 마치 모든 간이역마다 정차하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처럼-그는 실제 이태리 지방 철도원이기도 하다.- 저마다 독특한 음악적 풍경을 제시한다. 마이크를 가까이 대고 속삭이는 듯한 그의 노래와 그의 목소리에 착 달라붙는 담백한 반주는 이러한 그의 내면적 풍경을 더 잘 느끼게 만든다.
사실 이러한 스타일의 음악은 사운드만큼이나 가사가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감상자들 대부분은 이태리어로 된 그의 가사의 의미를 직접 음미하기는 어렵다. 영어 번역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좀 이해가 쉽겠지만 불행히 이태리어 텍스트와 불어, 독일어 번역만 실려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 앨범의 감상을 적극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가사부분을 포기하더라도 그의 보컬과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적 감동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의 시적인 발음으로 가득 찬 노래와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느낌이 강한 음악을 듣다 보면 가사가 이해되지 않아도 혹시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 아닐까? 삶의 낭만적 정경을 노래하는 것이 아닐까? 저절로 상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