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스콧은 올 해로 79세가 된 노장 중의 노장이지만 오히려 1990년대에 들어와 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성 보컬이다. 그의 보컬은 목소리만 듣는다면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그의 집안에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칼만 증후군으로 인해 유년시절 이후 성장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한때 그를 리틀 지미 스콧으로 불렀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 또한 변성기 이전의 상태에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이것이 그의 보컬에 중성적인 이미지를 불어 넣었다. 이런 이유로 필자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남성적 보컬을 들려주는 여성으로 그를 오인했었다. 아무튼 미성의 상태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독특하게 변해버린 지미 스콧의 목소리는 갈수록 남성보다는 빌리 할리데이 같은 여성 보컬의 흔적들이 깊게 배어 나오고 있다.
이번 앨범 <All Of Me>는 지난 해 여름 도쿄에서 가장 세계적인 지역이라는 아카사카에 위치한 B-Flat 클럽에서의 공연을 담고 있다. 이 공연 실황에서도 지미 스콧은 그 특유의 짧은 호흡으로 힘겹게 노래하는 듯한 창법으로 잘 알려진 스탠다드 곡들을 비관과 낙관이 교차하는 그만의 정서로 노래해 나간다. 그리고 공연인 만큼 그의 목소리 외에 세션을 담당한 연주자들에게도 상당부분 자신의 존재를 알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래서 T.K 블루의 색소폰이나 존 레겐의 피아노 연주가 음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면서 노장 지미 스콧이 만들지 못하는 공연의 생동감을 보충해 나가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전체 사운드 이미지가 확장된 경향을 보여서 사운드의 응집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그렇지 않아도 갈라질 정도로 건조한 지미 스콧의 보컬을 그대로 처리한 것은 좀 아쉽다. 그러나 이러한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기교 없이 천천히 천천히 방점을 찍듯이 음 하나하나에 혼신을 다하는 지미 스콧의 진솔한 노래는 어려움을 극복한 그의 삶만큼 여전히 깊은 감동을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