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헤이즐타인은 혁신과 쇄신이 우선시되고 있는 현대 포스트 밥 재즈 신에서 전통적인 이디엄을 존중하고 또 이를 가지고 그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젊은 피아노 연주자다. 그래서 그의 앨범들은 기본적으로 과거에 대한 강한 존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다음에 그만의 새로움이 뒤를 따른다. 실제 색소폰 연주자 에릭 알렉산더와 함께 이끌고 있는 그룹 One For All의 경우 전통적인 하드 밥 사운드를 충실히 재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의 트리오 앨범들 역시 50,60년대의 양식과 강한 관련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그의 특징은 이번 앨범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지극히 평화로운 풍경에 한 여인네의 뒷 누드를 담고 있는 표지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역설적으로 의미하고 있는 이번 앨범은 특별한 화두보다 연주 자체를 즐기며 연주한 스탠더드 9곡이 친근한 분위기로 담겨 있다. 스케일을 크게 가져가지 않고 낭만성에 기초하여 오밀조밀한 멜로디를 만들어 나가는 데이빗 헤이즐타인의 피아노를 중심으로 예의 강한 스윙감으로 피아노를 뒷받침하고 있는 조지 므라즈의 베이스와 빌리 드러몬드의 드럼으로 이루어진 안정적인 사운드는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전형이라 해도 좋을 만큼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한 편안함을 전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앨범이 그저 과거의 향수에 아쉬워하는 그렇고 그런 앨범이라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보면 눈에 익은 것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움이 느껴지는 풍경처럼 세 연주자의 편안한 연주는 분명 그저 분위기용으로 흘려 듣기엔 아쉬운 음악적 쾌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 악기간의 훌륭한 조화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은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서로에게 강한 친화력을 드러낸다. 이것은 세 연주자가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을 절제하고 다른 연주자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앨범 전체에 편재하는 익숙한 느낌 역시 이러한 전체 사운드 중심의 연주 때문일 것이다. 매우 듣기 좋은 부담 없는 앨범이다. 그리고 음반 외적으로 그 동안 유사한 방향으로 흘렀던 비너스 레이블의 피아니즘이 새로운 활기를 찾은 듯 레이블 전체의 디스코그라피 가운데서 신선한 느낌을 주는 앨범이기에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