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많은 유럽의 재즈 애호가들에게 이제 아랍의 음악은 낯선 것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관계가 얽히면서 자연스럽게 아랍의 음악은 유럽의 문화 속에 자리잡게 되었는데 이와 함께 많은 아랍 출신의 연주자들이 유럽의 재즈 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투픽 파루크도 이러한 아랍 출신의 연주자 중의 하나인데 다른 아랍 출신의 연주자들은 모두 아랍의 악기를 연주하면서 이국적인 정취로 인기를 얻었던 반면 프랑스 파리의 국립 음악원을 졸업한 레바논 출신의 투픽 파루크는 서양 악기인 색소폰을 연주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그림 엽서 같은 아랍의 이미지보다는 보다 더 재즈적인 부분들이 드러난다.
이번에 새롭게 발매된 앨범 <Ali On Broadway>는 사실 1994년도에 발매되었던 그의 데뷔 앨범으로서 이번에 새롭게 믹싱을 하고 다시 현대적인 감각을 입힌 것이다. 한편 이번 앨범에는 베이루트 출신의 아랍 연주자들과 파리 출신의 유럽 연주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브로드웨이에 도착한 알리”라는 독특한 타이틀처럼 아랍의 정취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지는 않다. 아랍의 고유 악기인 우드가 등장하는 명상적인 분위기의 <Like Desire>와 그것의 일렉트로 리믹스 버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색소폰 연주자로서 매우 다양한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투픽 파루크의 역량이 더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은 유럽의 감상자들이 신비한 오리엔탈리즘의 관점에서 아랍의 음악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국내의 감상자들에게도 색다르고 낯선 이미지로 다가 올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