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PAR상은 덴마크 재즈 센터가 매해 한명의 재즈인을 선정 그에게 자신이 평소 함께 연주하고 싶었던 연주자를 선정해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과 함께 앨범을 제작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런 제도는 1990년 이래로 지속되면서 갈수록 권위를 높여가는 한편 지역적 상황의 제약을 받고 있던 덴마크 연주자들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좋은 지침목이 되어가고 있다. 참으로 부러운 이 상의 1998년 수상자는 트롬본 연주자 얼링 크로너에게 돌아갔다.
대부분 JAZZPAR상의 수상자들은 미국 연주자들을 초빙해 앨범을 제작했었다. 그런데 얼링 크로너는 의외로 미국 연주자도 유럽 연주자도 아닌 아르헨티나의 반도네온 연주자 디노 살루지와 기타 연주자 퀴크 시네시를 초빙했다. 그래서 앨범을 들어보면 남미 탱고의 후덥지근한 분위기를 쉽게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무조건 남미의 분위기로 몰아 버리기에는 어려운 앨범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불루스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식 재즈의 전통이 무시할 수 없는 또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간은 상이한 두 요소가 공존하고 있음은 크로너가 5차례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방문하면서 디노 살루지를 통해 탱고에 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과(이미 그의 Dream Quintet에 아코디언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하자.) 이 외의 다양한 활동 중 편곡등의 분야에서 찰스 밍거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에 기인한다.
남미인도 미국인도 아닌 연주자가 시도하는 상이한 음악적 기후의 결합은 일단 객관적인 면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성이 뭐라고 특별한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음악을 싱겁게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즉,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음악이 나온 것이다. 기본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작곡을 기본으로 깔끔하게 셉텟을 위한 편곡을 했지만 특별한 매력이 없다. 허하다. 그리고 선명한 녹음에 비해 음악적 분위기는 그다지 현대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지 않다. 너무나 평면적이다.
이것은 리듬섹션을 기본으로 각 연주자의 솔로를 뒷받침하는 부분이 긴밀하지 못하고 느슨하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연주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편곡시 지정한 강약이나 아니면 믹싱 자체에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인데 솔로에 밀착되어 역동적인 사운드를 연출하지 못하고 편곡과정에서 고려했을 건축적인 부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밋밋하고 무른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그저 배경은 배경이고 솔로는 솔로일 뿐이다. 이 두 부분을 유기적으로 묶는 힘이 부족하다.
연주의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 살루지가 이전까지 들려주었던 스타일과는 달리 미국식 스타일의 재즈를 연주한다는 것이 흥미를 자극한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살루지 본연의 스타일이 그 속에서 발견되고 있음은 살루지 본인의 탓은 아니지만 곡을 결과적으로 어색하게 만든다. 남미 음악의 분위기를 담지한 ‘Siluetas’나 ‘Corrido De Doña Luz’같은 곡들만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러한 어색함은 무엇보다 앨범의 주인인 크로너가 연주의 측면에서 그다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초청한 연주자를 너무나 존중한 나머지 자신의 곡의 성격을 희생하는 오류를 범했다. 살루지의 반도네온이나 시네지의 기타가 한 축을 이룬다면 크로너 본인의 트롬본이 다른 축을 형성해서 곡마다 적절한 균형을 설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등장은 너무나 적고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냥 전체의 조정자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결국 참신한 시도는 있지만 그 결과에는 물음표를 줄 수밖에 없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