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랑 트리오의 2002년도 앨범이 라이선스 앨범으로 뒤늦게 소개된다. 사실 이 앨범의 원 제작사가 일본의 M&I인데다가 앨범 주제도 비틀즈의 음악을 재즈로 연주하기라서 많은 감상자들은 그저 그런 가벼운 피아노 트리오 음악이라고 미리 예상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예측이 무조건 틀린 것도 아니다. 실제 앨범에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산뜻한 트리오 연주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흔한 일본산 트리오 앨범의 하나로 치부하기에는 가볍지만 경박하지 않은 이들의 음악이 아깝다. 분명 듣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재즈로 바꾼 비틀즈는 단순히 경쾌한 리듬 위에 비틀즈의 멜로디를 얹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트리오의 입장에서 모든 멤버들이 적당한 조명을 받을 것을 상정하고 이에 맞추어 보다 재즈적으로 곡들을 재구성했다. 게다가 선곡된 곡들도 익히 알려진 명곡과 덜 알려진 곡들이 섞여 있어 신선하다. 따라서 비틀즈라는 록 그룹의 음악을 생각하지 말고 대신 유명 스탠더드 작곡가들의 연주곡집을 상정하고 감상하는 것이 더 좋으리라 생각된다.
Across The Universe: Beatles Song Book – Walter Lang Trio (M&I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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