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앨범을 맨프레드 아이허가 제작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ECM의 앨범들이지만 그 속에서 ‘거의’라는 한정의 붙이게 하는 맨프레드 아이허의 손을 벗어난 앨범들과 연주자들이 있다. 그 중 ECM의 초기부터 자신의 아이허의 인정하에 모든 제작을 독자적으로 해 온 연주자, 제작자로 스티브 티벳이 있다.
앨범 The Fall Of Us All 이후 8년만에 발표한 이번 앨범은 스티브 티벳의 기본적인 면들은 그래도 연속선상에서 반영하고 있으면서 자못 다른 양상을 보인다. 8년의 시간 때문이었을까? 보다 더 관조적이면서 보다 더 사운드를 정리하려고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의 사운드가 지닌 롹적인 거친 면은 부드러움으로 순화되어 드러나는데 그로 인해 그의 사운드는 에스닉적인 가상의 공간을 향한다. 전개의 단초로 테마를 제시하기 보다는 몽롱하게 펼쳐지는 신디사이저의 물결을 배경으로 참여한 타악기 주자들과 티벳의 기타는 부드러운 자유유영을 한다. 이것은 분명 이전 스티브 티벳의 사운드와는 변화된 모습이며 또한 (적어도 공간적인 이미지에 있어서는) 여전히 현재 암묵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ECM의 사운드의 영역을 넘어서는 독자적인 사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