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B와 스무드 재즈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독 파웰의 Heads Up 레이블 에서의 데뷔 앨범이다. 한 레이블에서의 데뷔 앨범이지만 이번 앨범은 그에게 나름대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일종의 새 출발을 기념이라도 하듯이 이번 앨범에서 그는 지난 자신의 연주를 되돌아보려 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앨범 타이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97th & Columbus>는 다름 아닌 그가 연주자로서 신인이었을 무렵 활동 했었던 맨하탄에 위치한 미켈스(Mikells)라는 클럽의 주소다. 앨범 내지의 설명으로 보아 이 클럽은 조지 벤슨부터 아트 블레이키까지 공연을 펼쳤던, 그래서 R’n’B, 컨템포러리 재즈, 전통 양식에 충실한 재즈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인 듯싶다.
이런 미켈스 클럽에서 보낸 그의 초기 시절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그는 이번 Heads Up 레이블에서의 첫 앨범을 꾸미고 있다. 그래서 이 앨범에는 그가 영향을 받은 연주자들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Breezin’’일 것이다. 이 곡을 통해 그는 조지 벤슨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실제 이 곡의 싱그럽고 훈훈한 기타 연주를 듣다 보면 저절로 조지 벤슨이 연상된다. 그리고 ‘Ode To Chet’같은 곡을 통해서는 깔끔한 톤 칼라로 유려한 멜로디를 들려주었었던 쳇 앳킨스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아가 독 파웰은 현재 자신의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들도 여유롭게 제시하고 있는데 예로 앨범의 첫 곡 ‘The Flavour’에서는 라틴적인 향취가 부드럽게 묻어나고 있고 ‘Two Hearts’에서는 R’n’B의 끈끈한 맛이, 그리고 마빈 게이의 대표 곡인 ‘What’s Going On’에서는 모타운 소울 뮤직의 색채가 은근히 드러난다.
전체적인 이 앨범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온화한 부드러움에 있다. 최근의 스무드 재즈는 도시적인 맛을 살리기 위해 프로그래밍 된 사운드를 사용하면서 조금은 경직된 느낌을 주곤 하는데 이 앨범은 도시적이면서도 무척이나 어쿠스틱한 맛을 전해 준다. 여기에는 독 파웰이 어쿠스틱 기타를 많이 연주한다는 것이 이유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강하지 않고 부드럽게 처리된 반주의 힘이 크다. 그래서 다른 앨범보다 여유로운 감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건조한 공간에 잔잔한 배경을 연출하고픈 애호가들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앨범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