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국내에도 지난 6월 10일에 있었던 ‘100개의 황금 손가락’ 공연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이벤트다. 1990년 이래 격년 단위로 올해까지 7회를 치룬 이 공연은 세대와 음악적 스타일에 상관없이 당대를 대표할 만한 10명의 피아노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공간적으로만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함께 연주를 하는 등 실질적인 팀웍을 보여주기에 공연이 주는 느낌은 100개의 손가락 이상이다. 음악적 입장에서 생각해도 다양한 스타일의 피아니즘을 동시에 맛볼 수 있고 또 10명의 피아노 연주자를 통해 재즈 피아노 역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잘 기획된 공연이다. 그런데 이 좋은 공연이 그저 공연으로만 끝나왔기에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2001년도 공연이 음반으로 발매되었다니 무척 반갑다.
2001년 6월 10일 도쿄의 간이보험홀에서 있었던 이 공연은 여느 때처럼, 주니어 맨스, 레이 브라이언트, 말 왈드론 등의 노장부터 베니 그린, 사이러스 체스트넛 등의 젊은 연주자들이 조화를 이루며 연주했는데 그 공연의 순서가 두 장의 CD에 그대로 기뢱되어 있기에 현장의 상상이 매우 용이하다. 한편 이 공연의 멤버 중 이미 세상을 뜬 두 연주자, 말 왈드론과 레이 브라이언트의 추억은 유쾌함 속에서도 고인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이 두 연주자는 공연의 후반부를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의 삶에 대한 여유와 긍정이 담긴 연주는 시간의 무심한 흐름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공연의 대미로 모든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Take The ‘A’ Train은 즐기는 음악으로서의 재즈, 즉흥적 퍼포먼스로서의 재즈를 느끼게 할 뿐더러 재즈 내에서의 스타일이란 것이 경직되고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 수용적인 것임을 인식하게 만든다. 그리고 피아노 연주자들만 등장하는 공연이기에 혹시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지도 모르는데 이처럼 솔로, 듀오, 트리오 등의 다채로운 편성이 시도되는 이 기록을 실제로 듣는다면 누구보다 2005년 공연을 기다리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