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첫 앨범을 발표했으며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파티 스테이지 무대에 선 경력이 있다지만 아직도 많은 재즈 애호가들에게 장효석이란 색소폰 연주자의 이름은 생소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반면 모르는 사이에 그의 색소폰 연주는 많은 사람이 들어봤으리라 확인한다. 평소 흘러가듯 들리는 우리 가요를 의식적으로 거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사실 색소폰이 등장하는 곳에 그가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는 수 많은 우리 가요 앨범에서 색소폰 세션을 했다. 극히 소수의 예만 들어도 김현철, 김건모, 이문세, 성시경, 브라운아이드 소울, 이승철 등 국내에서 음악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소위 잘 나간다고 하는 가수들이 그를 스튜디오로 불렀다.
이렇게 유명 가수들의 세션 연주를 하면서 그는 자신이 주인공이 된 음악, 앨범에 대한 열망을 품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 지난 2006년 첫 앨범 <Another Color>를 발매했다. 제작과 경제적인 부분 모두를 스스로 해결한 이 앨범은 오랜 시간 준비된 앨범인 만큼 도시적인 사운드를 배경으로 뜨겁게 연주하는 색소폰 연주자 장효석의 다양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의욕이 강했던 만큼 한 장의 앨범에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다는 과잉의 느낌 또한 강했다.
하지만 이번 두 번째 앨범은 첫 앨범에 비해 그가 보여주려고 하는 바가 보다 명확하다. 바로 마세오 파커로 대표되는 펑키한 사운드가 그가 들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 펑키한 사운드는 지난 첫 앨범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팝적인 발라드 트랙들에 섞여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거의 모든 트랙이 펑키하다. 사실 이것은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연주자에겐 모험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스타일과 상관 없이 발라드 성향의 연주가 국내에서는 더 큰 인기를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효석은 이런 위험은 상관 없다는 듯이 와와 기타와 펜더 로즈 피아노, 혹은 오르간이 만들어 내는 펑키한 그루브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 중 심야의 도시를 질주하는 폭주족을 연상시키는 ‘Sax In The Night’, 사자라 불리는 기타 연주자 최우준의 기타가 함께 한“Something Like Saza”, 그리고 스티비 원더의 히트곡 ‘Superstition’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Caught On Fire’는 경쾌한 그루브를 좋아하는 감상자라면 단번에 매료될만하다.
이런 펑키한 사운드를 위해 그는 조정치, 최우준(기타), 최훈, 최원혁(베이스), 이상훈, 김영준(드럼) 등 실력파 연주자들을 대거 불렀다. 그래서 이 앨범은 분위기를 강조한 결과 연주자의 존재감이 다소 부족한 퓨전/스무드 재즈의 최근 흐름과 달리 라이브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실제 장효석은 앨범을 녹음하면서 오버더빙을 최소화하려 했다고 한다. 반대로 그는 오버더빙을 통해 색소폰 외에 해먼드 오르간을 직접 오르간을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특히 ‘Room 505’에서는 색소폰을 연주하지 않고 혼자서 펜더 로즈,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여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펑키 재즈를 앨범의 화두로 삼고 이를 향해 전력 질주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지난 첫 앨범에 비해 훨씬 더 안정감 있게 다가온다. 반면 장효석의 다양한 능력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일부분만이 앨범에 담겨 있다고 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하나의 방향 설정으로 인해 장효석이라는 색소폰 연주자의 존재감이 훨씬 더 명확해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미처 보여주지 못한 것은 세 번째 앨범, 네 번째 앨범에서 차근차근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