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있다. 그 대상을 어떻게 마음에 두게 되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지금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함께 하고 싶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이라는 것에 빠지는 순간 당신의 하루하루는 한편의 드라마로 변한다. 사실 남들이 보면 별 것 아닌 것이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결국 개개의 인생사는 모두 파란만장한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당신의 드라마는 현재 명랑 순정보다는 애달픈 멜로에 가깝다. 왜냐하면 아직 당신의 마음이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짝사랑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더라도 두 사람이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그래서 그 교감이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 내는 양쪽 사랑보다 기쁠 수 있겠는가?
자! 이제 당신에게 남은 것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용기가 부족하다. 고백에도 불구하고 거절 당하면 그 좌절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불안한 마음만 앞설 뿐이다. 이 경우 당신은 다른 방식으로 당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형편이 되는대로 멋진 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거창한 계획은 상대가 부담스러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때 가장 부담 없이 당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은근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음악이 아닐까? 만약 그 애달픈 고백을 할 때 주변에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고백의 효과는 더 컸으리라. 그렇다면 결정했다. 이제 당신의 사랑에게 음악 선물을 가볍게 해보는 거다. 음악을 통해 상대를 당신의 원하는 분위기로 초대하는 거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이 좋을까? 사실 여기에는 어떠한 음악이라도 당신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다. 그래서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여러 좋은 음악들 속에서 재즈를 중심으로 앨범 몇 장을 추천해 볼까 한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앨범들이 있기에 어떤 앨범을 골라야 할지 무척 난감하다. 그래서 현재 국내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앨범을 중심으로 선별하기로 했다. 선택되지 못한, 어쩌면 사랑을 전달하기 더 좋은 여러 앨범들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Midnight – Diane Schuur (Concord 2003)
여성 보컬 다이안 슈어의 이 앨범에는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이 모두 내포되어 있다. 사랑의 기쁨, 아쉬움, 애절함 등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이안 슈어의 부드럽고 그윽한 목소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운드도 무척이나 감미롭다. 낭만적 정서의 영화에 어울릴법한 빅밴드 풍의 음악부터 R&B적인 성향을 지닌 달콤한 발라드 듀엣 곡까지 다양한 사랑의 정서만큼이나 그 사운드도 곡마다 미묘한 변화를 거듭한다. 그 중 R&B 가수 브라이언 맥나잇과 함께 노래한 발라드 곡“I’ll Be There”와 긴장을 이완시키는 보사노바 리듬을 배경으로 부드럽게 흐르는 “Our Love Will Always Be There”는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기에 아주 좋은 곡이라 생각한다. 음반을 선물할 때는 꼭 이 두 곡의 제목에 밑줄을 살짝 긋고 선물을 하자.
2:00 AM Paradise Café – Barry Manilow (Arista 1985)
한편 다이안 슈어의 <Midnight> 앨범과 함께 남성 보컬 배리 매닐로우의 1984년도 녹음인 <2:00 AM Paradise Café>를 함께 커플 앨범의 형식으로 선물하는 것도 좋겠다. 왜냐하면 다이안 슈어의 앨범이 지닌 분위기는 배리 매닐로우의 앨범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사라지고 오로지 외로운 사람만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새벽 두 시의 카페를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앨범 역시 낭만적인 사랑의 노래들로 가득하다. 사실 수록 곡의 상당수가 사랑의 상실에 관련된 것이지만 그 그리움의 정서가 주는 애틋한 맛은 그 자체로 사랑스럽다. 음악이 약간은 비현실적인 공간을 연상시킬 때, 그 때 감상자는 저절로 삶을 드라마화 시킨다. 그 드라마화된 삶 속에 당신의 모습이 느껴진다면 누가 쉽게 당신을 지울 수 있을 것인가?
Ballads – John Coltrane Quartet (Impulse! 1962)
우리가 음악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려는 이유는 바로 음악이 건조한 일상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그 힘을 믿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불새>를 보면 진행상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자주 등장했다. 약간은 어두운 조명에 한껏 멋을 낸 사람들이 차분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그 속에서 주인공들은 깊게 사랑하지만 어긋나 있는 현실에 괴로워했다. 그런데 그 배경에는 언제나 존 콜트레인 퀄텟의 <Ballads>앨범의 한 곡이 흘렀다. 사실 존 콜트레인은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어렵게 느끼도록 만든 장본인 중의 한 사람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치열한 진보적 연주를 펼쳤던 색소폰 연주자였다. 그러나 그의 발라드 연주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부드럽고 낭만적이었다. 마치 공격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롹 그룹의 발라드 곡이 더 깊은 울림을 남기는 것처럼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음악적 열정을 들려주었던 존 콜트레인의 발라드 연주는 한번 들으면 쉽게 잊기 어려운 힘을 지녔다. 부드럽게 마음을 어루만지듯 빈 공간에 은근하게 색소폰 연주가 노래하듯 흐르는 “Say It”, “You Don’t Know What Love Is”, “It’s Easy To Remember”를 들어보자. 혼자서 이 연주들을 듣게 된다 저절로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될 지도 모른다. 참고로 이 앨범은 여성 보컬 카린 앨리손에 의해 유사한 분위기의 보컬 곡으로 바뀌어 또 다른 <Ballads>(Concord 2001)로 발매되기도 했다.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 –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 (Impulse! 1963)
한편 비슷한 시기에 녹음된 <John Coltrane & Johnny Hartman>을 함께 선물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 앨범은 중저음의 매력을 발산하는 남성 보컬 자니 하트만이 함께 한 존 콜트레인 유일의 보컬 세션 앨범이다. 색소폰과 보컬이 저절로 크리스마스 이브의 눈 내리는 밤을 상상하게 만드는 이 앨범의 정서적 분위기는 <Ballads>앨범에 비해 보다 더 밝고 긍정적이다. 수록 곡들의 제목부터 사랑에 빠지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They Say It’s Wonderful), 그리고 내 유일한 당신(My One & Only Love)에게 사랑을 바친다고(Dedicated To You), 당신은 너무 아름답다고(You Are Too Beautiful) 노래하고 있으니 사랑을 고백하기 위한 앨범으로서는 아주 이상적인 셈이다.
Dreamer – Eliane Elias (Bluebird 2004)
만약 지금까지 소개한 앨범들이 너무 실내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면, 그래서 카페나 인적 없는 밤길이 아니라 야외에서 부드럽게 유영하는 구름이 몇 점 떠 있는 청명한 오후에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면 올 해 발매된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Dreamer>를 선택해 보자. 원래는 피아노 연주자로 더 잘 알려졌지만 최근들에 부쩍 보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본격적인 보컬리스트로서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 이 앨범에는 볼을 어루만지는 미풍처럼 부드러운 보사노바 곡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보사노바 리듬이 기본적으로 분위기를 너무 가라앉지도 너무 뜨지도 않게 하는 힘이 있기에 앨범 전체를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의 깔끔한 정서로 꾸미고 있다. 칙칙하지 않은 사랑, 은근한 미소 같은 사랑의 분위기를 전달하기에는 제격인 앨범이다.
Bossa Nova – John Pizzarelli (Telarc 2004)
이 앨범과 함께할 만한 앨범으로는 역시 올 해 발매된 앨범 <Bossa Nova>를 추천한다. 감미로운 발라드보다는 미디엄 템포의 곡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존 피자렐리의 편안한 음색과 소년 같은 분위기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이 앨범은 선물보다는 야외에서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듣는다거나 가까운 근교로 향하는 차 속에서 듣는 식으로 함께 듣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없이 음악을 듣다가 앨범의 가운데 위치한 “I Remember”나 “Love Dance”같은 차분한 발라드 곡에서 갑작스레 아무런 일도 아닌 것처럼 불쑥 사랑을 고백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쿨(Cool!)한 사랑 고백이 아닌가?
When I Look In Your Eyes – Diana Krall (Verve 1999)
다이아나 크롤은 현재 여성 재즈 보컬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가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물론 뛰어난 보컬 실력(그리고 빼어난 미모!) 때문이겠지만 무엇보다 접근하기 쉬운 사운드가 만들어 내는 사랑스러운 분위기 때문이다. 그 중 <When I Look In Your Eyes>는 다이아나 크롤의 보컬이 지닌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앨범으로 때로는 하늘을 날아갈 듯 살랑거리고, 때로는 귓가에 속삭이듯 간지러운 그녀의 보컬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특히 “Let’s Fall In Love”, “When I Look In Your Eyes”, “I’ve Got You Under My Skin”은 매우 사랑스럽다. 재즈가 줄 수 있는 낭만적 정서를 100퍼센트 담고 있는 앨범이다.
A Foreign Sound – Caetano Veloso (Universal 2004)
이 앨범과 함께 카에타노 벨로소의 <A Foreign Sound>를 들어보자. 원래 크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월드 뮤직 가수로 잘 알려져 있는데 처음으로 영어로 미국의 여러 대중 음악을 노래했다. 그러면서 재즈적인 색채가 자연스럽게 들어갔는데 오케스트라의 아련한 반주를 배경으로 흐르는 벨로소의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보컬이 오래된 멜로 영화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So In Love”, “I Only Have Eyes For You”가 주는 익숙한 달콤함은 사랑 노래의 진수를 들려준다. 한편 너바나의 “Come As You Are”, 모리스 앨버트의 “Feelings”, 폴 앵카의 “Diana”등 다양한 미국 대중 음악 곡들이 벨로소의 따스한 음색으로 노래되었다는 것도 새롭게 다가온다.
If – Myriam Alter (Enja 2002)
이번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재즈의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로 사랑의 정서를 유발하는 앨범을 골라보자. 미리엄 알터는 특이하게도 작곡만 하고 다른 연주자를 초빙하여 연주하게 하여 앨범을 제작한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에는 재즈의 자유로움보다 시적인 서정미가 더 강하게 드러나는데 그 서정 속에는 탱고, 집시 등의 정서가 배어 있다. 앨범 <If>는 수록 곡 10곡이 모여 Waking up Home. If I think of it, It’s all there. Children play An intrigant melody, Moving Somewhre. You should stay Where You belong. 이라는 네 문장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앨범 전체의 분위기는 애상적이고 무엇인가 삶에 새로운 무엇을 희구하는 느낌을 준다. 그 중 “It’s All There”는 앨범의 백미로 한번 들으면 누구라도 눈가가 촉촉해질 만한 곡이다. 사랑의 메시지를 적고 이 곡을 함께 보내면 어떨까?
Beyond The Missouri Sky – Charlie Haden & Pat Metheny (Verve 1997)
이 앨범과 함께 베이스 연주자 찰리 헤이든과 기타 연주자 팻 메스니의 < Beyond The Missouri Sky>를 커플링 해보자. 두 연주자 모두 애잔한 여정을 그리는데 일가견을 보여왔기에 이 앨범에 담긴 모든 곡들은 아련한 슬픔과 고즈넉한 정서를 담고 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제 곡도 좋지만 “Two For The Road”, “Our Spanish Love Song”같은 곡이 사랑을 전달하기에 제일 좋지 않나 생각한다.
이렇게 사랑을 전달하기에 알맞은 재즈 앨범 5쌍을 소개해 보았다. 한번쯤 당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대상에게 선물하거나 같이 듣기를 권해본다. 그런데 사랑의 앨범을 사용하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의 마음이다. 음악은 분명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사랑의 대화 수단이지만 그 속에 당신의 마음이 없다면 상대는 이 10장의 앨범을 듣기 좋지만 별다른 느낌이 없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사랑의 묘약을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이 필요한 것은 당신의 사랑이다. 사랑의 편지, 분위기 등에 상대의 입장에서 세심한 배려가 선행되었을 때 이 앨범들이 지닌 마력은 드러날 것이다. 부디 사랑에 성공하기를……
아이쿠…세상에! 이렇게 환상적(?)이고, 유용한 포스트를 전 왜 이제서야 발견했을까요?
밤샘 작업으로 피페해진 저에게 눈이 번쩍, 귀가 쫑긋하는.. ㅋ 단비같은 내용입니다.
진심 유용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성공하면 댓글남길게요~헤헤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크리스마스에 사용하세요.ㅎ 그런데 좀 오래된 버전이라…ㅎ
응원 감사합니다~ 그리고…40대라 괜찮습니다.^^
이제 40대에 접어드시는 모양이군요. ㅎ 아무튼 사랑은 좋은 것이고 고백은 설레는 고통이란 것은 나이와 상관 없는 사실이죠..ㅎ
“고백은 설레는 고통” 이란 말…아..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매운맛 같은 거죠. 통증인데도 자꾸 찾게되는 ㅎ
흑..ㅠ..넵..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