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el Bleu와 ECM을 오가며 앨범을 발표하고 있는 루이 스클라비는 지금까지 즉흥을 최대한 강조하거나 반대로 기보된 부분이 전체를 지배하는-특히 무용이나 연극을 위해 만들었던 곡들-매우 상반된 스타일의 음악을 동시에 추구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들은 모두 적어도 필자에게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을 보장해 왔는데 이번 앨범도 그 예외는 아니다.
끝까지 긴장을 멈추지 않는 각 곡들은 의외로 간결하게 만들어졌고 그 진행에서도 드라마티제를 일부러 시도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 구조자체는 테마-즉흥 연주-테마의 반복이라는 정형성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기보된 부분을 해석하는 듯한 각 멤버들의 자유로운 연주로 매우 거대한 음악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루이 스클라비의 편성에 새롭게 가미된 트럼펫을 연주하는 장 뤽 카포조의 연주가 매우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리고 첼로의 뱅상 꾸르뚜와와 베이스의 브뤼노 쉐비용간의 절묘한 앙상블도 상당한 쾌감을 유발한다. 한편 독자성이 보장된 각 멤버의 연주는 집단 연주로 진행되면서 능동적으로 루이 스클라비가 의도한 분위기에 녹아 들면서 전체 사운드의 균질감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각 곡의 제목들이 매우 흥미롭다. 예를 들면 타이틀 곡이자 첫 곡인 L’affrontement des prétendants(지망자들의 대립)은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 질 들뢰즈가 한 인터뷰에서 특정 사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표현이다. 그리고 마지막 곡 La mémoire des mains(손들의 기억)의 경우는 즉흥 연주에 있어서 무의식적 자동연주와 그로 인해 야기되는 상투성 간의 긴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음악과 연관되지 않으면서도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제목들의 사용은 편곡에 있어서 고난도의 텐션 노트를 사용한 것만큼이나 생경한 느낌을 유발한다.
요컨대 이번 앨범은 즉흥과 기보는 물론 뜨거움과 차가움, 전체와 부분 등 루이 스클라비 음악의 대립적인 요소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수작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