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타우너의 음악적 행보는 다른 연주자들과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솔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실 솔로 활동은 자신의 개성을 타협없이 드러내는 데 최상의 조건이 될 수도 있으나 반면 그다지 보여줄 것이 없는 상태에서의 솔로는 그 허전함을 배가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랄프 타우너의 솔로 앨범들은 그가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인식하고 또 그것을 혼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를 알고 있음을 자신 있게 표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클래식 기타와 12줄 기타를 연주하는 이번 앨범에서도 지속적으로 랄프 타우너가 하고 싶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차분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미 검증 받은 연주자로서 베이스 라인과 솔로를 동시에 진행하는 Raffish나 자신의 스타일로 바꾸어 놓은 챨스 밍거스의 Goodbye Pork Pie Hat같은 곡을 통해 기타연주의 능란함을 보여주고 있고 사운드에 있어서도 풍부한 울림과 오케스트레이션을 들려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자신의 숙달된 연주 테크닉이나 편곡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 규정을 짓기 어려운 독특한 그의 음악 스타일로 내 음악이 재즈냐 아니냐?라고 질문하려 한다고도 생각할 수 없다. 그가 음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새로움을 목표로 특정한 음악적 담론을 설정하고 연주나 작곡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앞에 놓인 기타를 가지고 자신의 내면과 진지하게 조우하는 자신의 모습일 뿐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약 5년만에 나타난 그이 음악에서 어떤 점진적인 변화를 찾기 보다는 그간의 랄프 타우너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그 존재 증명은 상당수준의 완성도를 가지고 다가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독하게 들리는 그의 음악들이 분명 다른 이들에게 심정적으로 통할 수 있는 여지를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음악에 담긴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언어들이 그의 세계밖에 위치하고 있는 감상자에게 백 퍼센트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을 지는 의문이다. 동감보다는 이해의 차원에 머무르게 되지 않을지. 그래서 이미 그의 음악 특성상 객관적인 점수 체계를 적용할 수 없는 난점이 있지만 만점을 주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