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전문 채널 <YTN 웨더>가 선택한 겨울 음악
언제 어디서 들어도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음악이지만 그래도 특정한 시기에 들으면 그 맛이 더 좋은 음악이 있다. 이 앨범에 모인 곡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곡들은 온화한 봄날, 무더운 여름날, 쓸쓸한 가을날 들어도 괜찮지만 겨울에 들으면 더욱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앨범에 선곡된 곡들은 24시간 살아있는 생생한 날씨정보를 전달하는 <YTN 웨더>채널의 겨울 날씨 소개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는 곡들이다. <YTN 웨더> 채널에서 음악은 무척 중요하다. 특히 깔끔한 그래픽으로 지역별 날씨를 전할 때 그 아래로 흐르는 배경 음악은 맑은 날은 경쾌하게, 흐린 날은 낭만적으로, 더운 날은 시원하게, 추운 날은 따뜻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하루를 긍정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오늘의 추천음악인 셈이다.
눈 내리는 겨울을 위한 음악
겨울은 춥다. 지난 가을 나뭇잎을 잃은 나무의 앙상한 가시 사이로,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도시의 빌딩 숲 사이로 바람이 불면 사람들은 어깨를 움츠린다. 하지만 그 풍경에 하얀 눈이 내리면 사정은 다르다. 세상을 하얗게 감싸는 눈은 차가운 풍경에 이불과도 같은 따스함을 부여한다. 눈으로 인해 교통이 혼잡해지고 결국엔 사람들의 발걸음에 지저분해지더라도 눈 내리는 겨울을 꿈꾸게 되는 것은 이 따스함의 신화 때문일 것이다.
앨범의 시작은 이렇게 눈 내리는 날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시작한다. 그 시작을 알리는 다니엘 리카리의 스캣이 아름다운 ‘13 Jours En France’은 우리에게는 드라마 <겨울 연가>에서의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익숙하지만 실은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13 Jours En France>를 위해 프란시스 래가 만든 곡이다. 역시 아름다운 스캣이 등장하는 ‘Snow Frolic’도 역시 프란시스 래의 곡으로 영화 <러브 스토리>를 위해 작곡되었다. 이들 두 곡은 애초 겨울을 주제로 만든 음악답게 눈 내리는 풍경을 그리게 한다. 이어지는 미셀 르그랑과 스테판 그라펠리의 ‘Insensiblement’도 마찬가지. 미셀 르그랑이 연출한 바람을 연상시키는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연주 위로 스테판 그라펠리의 바이올린이 흐른다. 그리고 훈훈한 합창이 흐르며 눈 내리는 날의 낭만을 그리게 한다. 이런 훈훈한 분위기는 사라 본의 따스한 목소리가 흐르는 ‘Someone To Watch Over Me’로 이어진다.
차가운 창 밖을 바라보며 듣는 음악
겨울이 차가워질수록 집에 있는 시간이 소중해 진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소박한 파티를 나누는 시간, 파티의 열기로 볼이 후끈 달아오를 때 창 밖의 차가운 풍경을 보며 김이 서린 창에 볼을 대면 기분 좋은 차가움이 느껴진다. 이어지는 곡들은 바로 이런 따뜻한 집을 그리는 곡들이다. 먼저 엘라 핏제랄드와 루이 암스트롱이 함께 한 ‘Cheek To Cheek’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을 그리게 한다. 이것은 노라 존스와 노장 윌리 넬슨이 함께 한 ‘Baby it’s cold outside’로 이어진다. 한편 피아노 연주자 데이빗 베노잇이 연주한 Charlie Brown Theme’은 유쾌함으로 가득한 정겨운 시간을 위한 곡이다. 이것은 이 곡이 스누피로 우리에게는 더 친숙한 만화영화 <찰리 브라운>을 위한 곡이기 때문이다. 즉,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세상은 늘 정겹고 유쾌하다. 이것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우아하고 산뜻하면서 함께 연주하는 즐거움이 담뿍 담긴 연주곡 ‘You Look Good To Me’에서 반복된다.
추위를 잊게 만드는 따뜻한 음악
미끄러운 길 위를 몸을 웅크린 채 걷는 차가운 날이 며칠 간 이어지면 길거리 포장마차의 뜨거운 오뎅 국물 같은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진다. 그래서일까? 차가운 겨울이면 가슴이 더욱 허해지고 지난 사랑이 그리워진다. 이럴 때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과 남성 보컬 자니 하트만이 함께 한 ‘My One & Only Love’를 들어보자. 묵직한 저음의 보컬과 따스한 색소폰의 어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위로한다. 이어지는 카린 앨리슨의 ‘Say It (Over and Over Again)’은 그 편안함을 배가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또 하라고 권하는 노래이니 그 얼마나 따뜻한가? 한편 색소폰 연주자 스탄 겟츠와 보사노바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조앙 질베르토가 함께 한 ‘Desafinado’는 아예 브라질의 뜨거운 햇살을 담은 보사노바 리듬으로 겨울을 잊게 만든다.
겨울이 다소 지겨워질 때 듣는 음악
2월즈음에 이르면 겨우내 입었던 무채색의 코트가 지겨워지고 봄에 대한 갈망이 깊어진다. 무엇인가 새롭고 산뜻한 일이 내 앞에 펼쳐지기를 기다리지만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설령 입춘이 지났다고 해도 꽃을 시샘하는 추위는 우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이렇게 봄에 대한 조바심으로 겨울이 더욱 지겨워질 때, 봄의 찬란함을 앞두고 흐린 겨울 풍경이 절정에 달할 때면 우리 마음 또한 답답한 우울에 빠지기 쉽다.
그 때 더스티 스프링 필드의 ‘Look Of Love’를 들어보자. 쓸쓸함과 그리움이 배어 있는 곡이 마음을 위로할 것이다. 담백한 기타 사운드 위로 리즈 라잇의 스모키 보이스가 애처롭게 흐르는 ‘Stop’도 마찬가지. 흐린 겨울 날의 서정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흐린 분위기는 엘리엇 스미스의 곡을 새롭게 노래한 마들렌느 페루의 ‘Between the Bars’를 통해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던져 버리라고 슬프게 노래하는 애비 링컨의 ‘Throw It Away’와 건조한 갈망이 배어 있는 카산드라 윌슨의 ‘Time After Time’이 흐르면 특별한 일 없이 흐르는 지루한 겨울의 정서는 극한으로 치닫는다.
앨범의 마지막에 배치된 마크 알몬드의 ‘Vivaldi’s Song’은 다르다. 마이클 프랭스의 곡을 새로이 노래한 이 곡은 안개처럼 부드럽게 다가오는 스트링 사운드와 보사노바 리듬의 기타, 그리고 존 마크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겨울의 우울을 부드럽게 매만진다.
이처럼 이번 앨범은 포근함, 정겨움, 따스함, 쓸쓸함, 지루함 등 겨울이 품고 있는 모든 정서를 아우른다. 또한 앨범은 이것은 눈 내리는 날,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 흐린 날 등 겨울의 모든 날씨를 대변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결국엔 겨울을 낭만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눈이 내리면 내리는 대로, 차가운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흐린 날에 마음까지 어두워지면 어두워지는 대로 겨울을 견딜만한 것으로 생각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겨울을 함께할 음악이 필요해 이 앨범을 선택했다면 그 선택에 찬사를 보낸다. 자, 그럼 이제 앨범을 직접 들어보자. 나의 추천사는 여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