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제작자는 연주자의 감춰진 매력을 찾아낼 줄 안다. 트럼펫과 플뤼겔혼을 연주하는 케니 휠러에 대한 맨프레드 아이허의 시선이 그러했다. 1950년대부터 고국 캐나다를 떠나 영국에서 에반 파커, 데렉 베일리 등의 자유 즉흥 연주자들과 함께 했던 케니 휠러는 ECM을 만나기 전까지 빅 밴드 중심의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맨프레드 아이허는 소 편성 밴드 앨범을 제안했고 그것은 그에게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
데이브 홀랜드(베이스), 잭 드조넷(드럼)과 함께 보기 드물게 다양한 시도를 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던 키스 자렛을 사이드 맨으로 참여시킨 이 앨범에서 그는 따스함과 냉랭함을 오가는 자유로운 연주를 펼치는 가운데 다른 동료들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긴장의 밀도를 높이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평화롭다고 할 수 있는 관조적인 음악 풍경을 들려주었다. 그것은 대 편성 연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자기 탐닉적 사운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