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키보드 연주자 조지 듀크가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만성 림프성 백혈병. 모든 죽음이 그렇지만 이번 그의 부고는 더 안타까웠다. 20여일 전에 3년만의 새 앨범 <Dreamweaver>를 발매하고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 앨범은 한 해 전에 세상을 떠난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결과론적 이야기이겠지만 새 앨범에 그와 훌륭한 콤비를 이루었던 스탠리 클락이 참여하고, 캐논볼 아들레이와 함께 했을 때를 연상시키는 곡, 마이클 잭슨의 앨범 <Off The Wall>에 참여했을 때를 연상시키는 곡 등이 수록된 것을 보면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적인 의미도 다소 아래에 깔려 있지 않았나 싶다.
1946년 1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 라파엘에서 태어난 그는 4세 무렵 듀크 엘링턴의 연주를 듣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1967년 샌프란시스코 음악원을 졸업한 이후 곧바로 전문 재즈 연주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1969년 프랑스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 쟝 뤽 폰티와 함께 앨범 <The Jean-Luc Ponty Experience with the George Duke Trio>으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앨범 발표 후 가졌던 LA공연에서 객석에 있던 프랑크 자파와 캐논볼 아들레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 결과 1969년부터 프랑크 자파 밴드와 캐논볼 아들레이 밴드를 오가며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사이 스탠리 클락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다.
1975년부터 그는빌리 콥햄과 함께 그룹을 만들어 펑크한 성향의 퓨전 재즈 앨범들을 녹음하며 자신의 음악적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CBS와 계약하면서 펑크, 디스코, 소울 등이 결합된 앨범들을 연달아 녹음했다. 이에 대한 평단의 비판도 있었지만 대중적인 반응은 대단했다. 특히 스탠리 클락과 함께 했던 1981년도 앨범 <The Clarke/Duke Project vol.1>에 수록된 ‘Sweet Baby’는 빌보드 팝 차트 19위에 오르며 그를 대표하는 곡이 되었다.
한편 1970년대 후반부터 그는 제작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 결과 디디 브리지워터, 포인터 시스터즈, 배리 매닐로우, 멜리사 멘체스터, 아니타 베이커, 글래디스 나잇, 나지, 레이첼 페렐, 에버렛 하프 등 재즈와 팝의 유명인들이 그의 지휘하에 앨범을 녹음해 성공을 거두었다.
작곡자로서도 그는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Backyard Ritual’ , ‘Cobra’같은 곡을 준 것을 비롯하여 제프리 오스본(‘Stay with Me Tonight’, ‘On the Wings of Love’) 데니스 윌리엄스 (‘Let’s Hear It for the Boy’, ‘Do What You Feel’)의 히트 곡들, 그리고 <Malcolm & Eddie>, <The Heavenly Kid>, <Soul Train>등의 TV 시리즈나 영화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또한 다프트 펑크, 카니에 웨스트, 아이스 큐브 등의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음악인들에 의해 샘플링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 속에서도 그의 음악은 늘 경쾌하고 건강한 힘과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정서를 유지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으면 사람들은 늘 삶의 활력을 얻곤 했다. 그렇기에 그의 부고 소식이 뜻밖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