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두각을 나타낸 데이비드 S. 웨어는 존 콜트레인과 아치 쉐프를 결합한듯한 거친 톤과 열정적 상상력을 지녔다. 그래서 그의 앨범들은 하드 밥의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프리재즈의 분노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그가 발라드를 연주한다. 다소 어울리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역시 그에게 발라드는 달콤, 낭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가 보다.
스탠더드 곡과 자작곡을 함께 연주한 이 앨범에서 그는 느리게 연주하지만 부드러움과는 전혀 상관 없는 거친 연주를 들려준다. 그리고 프레이징 역시 때로는 엔딩을 지속시키는 듯한 연주부터 거친 상승의 연주까지 다양하다. 그런 연주에서 나는 존 콜트레인, 아치 쉐프 외에 찰스 로이드를 발견한다. 그런데 거칠고 무게감 있는 톤의 자유로운 연주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프레이징이 다소 전형적인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니까 어떤 연주 패턴을 상정하고 그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그런 면들이 오히려 앨범을 친국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꽃밭에 자세를 잡고 있는 개-혹은 늑대의 모습. 평화로운 듯하면서도 한 번은 흠칫 놀라게 되는 풍경. 그것이 이번 앨범의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