랫 팩의 멤버인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가 주연한 영화로 션 펜의 아버지 레오 펜이 감독했다.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하면 나는 주로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감초 같은 조연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의 연기는 무척 진지하다.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트럼펫 연주자 아담 존슨.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량을 지닌 스타 연주자지만 사실 그는 삶과 연주에 그리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 채 파멸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유는 13년 전 인종 차별이 계기가 되어 음주상태에서 낸 교통 사고로 아내와 자식을 사망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망적 연주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관객이나 매니저, 프로모터, 동료 연주자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골치 덩어리가 된 상태. 이런 그에게 클라우디아 라는 한 여성이 나타나 사랑을 주며 그를 변화시키려 한다.
대충 이런 내용 속에 영화는 재즈를 곳곳에서 보여준다. 특히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의 노래와 트럼펫 연주가 매력적으로 나온다. 그 가운데 노래는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가 한 것이 맞고 트럼펫 연주는 냇 아들레이가 했다. 어찌 보면 뜨거운 마일스 데이비스와 우울한 쳇 베이커가 만난 듯한 스타일의 연주를 펼치는데 그 연주가 상당히 좋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가 진짜 자신이 연주하는 양 운지를 상당히 정확히 맞춘다는 것이다. 실제 주법대로 하는지는 모르지만 클로즈 업 장면에서도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가 직접 연주한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재즈 영화의 감초로 등장하곤 하는 루이 암스트롱이 클라우디아의 할아버지로 등장하여 예의 흥겹고 정겨운 노래와 연주를 들려준다. 어디 이 뿐인가? 멜 토르메가 등장해 타이틀 곡 ‘All That Jazz’-뮤지컬 주제 곡과는 동명이곡이다.-을 재미있게 노래한다. 또한 아담의 밴드 멤버 중 하나로 트롬본 연주자 카이 윈딩이 등장하며 아담의 트럼펫 제자 빈센트로 지금은 아버지를 따라 노래에 전념하는 프랑크 시나트라 주니어가 등장한다. 그리고 전체 음악을 베니 카터가 담당했다. 이 정도면 재즈 애호가들에게 흥미를 끄는 영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영화는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주제를 흑백 인종 차별로 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아담이 폐인이 되는 계기도 그렇고 중간에 백인 경찰과의 혼란도 그렇다. 또 후반에 남부 투어 중 흑인과 함께 한다는 이유로 빈센트가 백인들에게 맞는 장면이나 클라우디아가 당시 한참 무저항 인권투쟁을 하고 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연관 있는 것으로 나오는 것도 영화의 주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백인 관객을 의식한 듯 영화 속 재즈 세계만큼은 흑백이 차별 없이 어울리는 공간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리 조화로이 보이는 재즈 세계에서도 외부에서 인종차별의 트라 우마를 얻은 아담을 구원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마지막 아담이 쓰러지며 외치는 ‘도와줘’가 간절하게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