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In Europe 1967 – Best Of The Bootleg Series Vol.1 – Miles Davis Quintet (Sony 2011)

드디어 정식 공개되는 마일스 데이비스 2기 퀸텟의 1967년 가을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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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틀렉(Bootleg)와의 협의 없이 불법적으로 발매된 앨범을 말한다. 이 부틀렉 앨범은 공연 실황 앨범이 주를 이룬다. 공연 중 객석에서 휴대용 기기로 녹음한 음원-음질이 좋지 않다-이나 아예 공연 관계자-특히 음향 담당자-가 연주자나 그 소속사 몰래 녹음한 음원-음질이 정규 앨범에 버금갈 정도로 우수하다-이 시간이 흐른 후 부틀렉 앨범으로 발매되는 것이다. 아니면 공식적으로 녹음했지만 연주자가 음악적으로 만족하지 않아서 앨범으로 발매되지 않은 것이 유출되어 부틀렉 앨범으로 발매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TV나 라디오 방송을 위해 기록된 음원이 부틀렉 앨범으로 발매되기도 한다. 지금도 다양한 연주자의 부틀렉 앨범들이 발매되고 있다. 그리고 이 앨범들은 한 연주자의 미처 확인하지 못한 음악을 확인하게 해준다는 이유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감상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어쩌면 감상자들은 한 연주자의 은밀한 비밀을 몰래 보는 듯한 느낌에 부틀렉 앨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지도 모른다.

재즈 역사를 좌지우지 했던 마일스 데이비스였던 만큼 이 트럼펫 연주자에 관한 부틀렉 앨범도 상당히 많다. 유럽의 음반 매장을 돌다 보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레이블의 카탈로그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미공개 음원’이라는 스티커를 조악한 표지 위에 붙인 공연 실황 앨범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부틀렉 앨범들 가운데 일부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몰라도 기록적인 측면이나 음악적인 측면에서 무척이나 뛰어난 결과물을 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 <Live In Europe 1967 – Best Of The Bootleg Series Vol.1>이 그런 경우다. 이 앨범은 마일스 데이비스 2기 퀸텟이 1967년 가을 유럽에서 가졌던 공연을 공식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원래는 <Live In Europe 1967 – Best Of The Bootleg Series Vol.1>은 석 장의 CD와 한 장의 DVD로 구성된 박스 세트가 있고 이 앨범은 그것의 축약본에 해당한다. 벨기에 안트워프 공연 5곡, 덴마크 코펜하겐 공연 2곡, 그리고 프랑스 파리 공연 2곡을 싣고 있다. 아무튼 이 앨범에 담긴 음원들은 그동안 부틀렉 앨범으로만 유통되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정식 앨범으로 발매된 것인데 1967년 후반기 마일스 데이비스와 그 2기 퀸텟의 행적을 확인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까 1967년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은 5월부터 7월까지 뉴욕의 콜럼비아 스튜디오에서 <Nefertiti>, <Water Babies>, <Sorcerer> 등의 앨범을 녹음했다. (이들 앨범은 이듬해까지 시차를 두고 발매되었다.) 그리고 10월부터 11월까지‘Newport Jazz Festival In Europe’에 참여했다. 이 페스티벌은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의 성공을 유럽으로 이어가고자 했던 조지 바인이 기획한 것으로 유럽의 주요 도시를 돌며 미국 유명 연주자들과 그 그룹이 공연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 외에 텔로니어스 몽크, 아치 쉡, 사라 본, 게리 버튼, 밥 제임스 등의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은 10월 28일 벨기에의 안트워프를 시작으로 영국의 런던(10월 29일), 네덜란드의 로테르담(10월 30일), 스웨덴 스톡홀름(10월 31일), 핀란드의 헬싱키(11월 1일), 덴마크의 코펜하겐(11월 2일), 독일의 베를린(11월 4일), 프랑스 파리(11월 6일), 다시 독일의 카를스루에(11월 7일)에서 공연을 했다. 일정을 보면 알겠지만 한 도시에서 공연을 하고 바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강행군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연일 이어지는 공연은 마일스 데이비스를 비롯한 다섯 멤버, 그러니까 웨인 쇼터(색소폰), 허비 행콕(피아노), 론 카터(베이스), 토니 윌리엄스(드럼)에게는 일종의 도전이자 진정 미묘한 차이를 생성하는 시간이었다. 순회 공연 기간 동안 그룹은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섰다. ‘Agitation’, ‘Round Midnight’, ‘Footprint’, ‘Gingerbread Boy’, ‘On Green Dolphin Street’, ‘The Theme’등이 당시 주로 연주되었는데 이 곡들을 그룹은 매일같이 연주하면서도 조금씩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자서전을 보면 이 1967년 가을에 있었던 일련의 공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함께 연주한 음악은 매일 밤 바뀌었다. 어제 들었던 것이라도 오늘 밤에는 다르게 연주되었다……심지어 우리는 연주가 어디를 향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연주가 어딘가 다른 곳, 아마도 시대를 앞선 곳을 향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매일의 차이는 직관에 의해 발생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여러 번 연주해서 익히 잘 알고 있는 곡이었음에도 그룹의 각 연주자들은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새로운 우발적 상황을 만들어 냈고 이를 순간적인, 하지만 효과적인 반응으로 마치 의도적이었던 듯 완벽하게 해결해 나갔던 것이다. 예를 들면 독일의 한 공연에서 허비 행콕은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코드 하나를 너무 빨리 연주하는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한창 솔로를 펼치고 있던 마일스 데이비스는 허비 행콕이 잘못 누른 코드를 듣자마자 곧바로 그에 맞는 솔로를 이어가면서 그 실수를 만회하면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놓았다. 사실 이것은 마일스 데이비스 자신은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프리 재즈의 방법론을 적절히 적용한 데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일스 데이비스를 비롯한 다섯 연주자들이 서로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곡의 원래 의도를 뛰어 넘는 무엇을 추구했기에 가능했다.

한편 이러한 순간성이 극도로 강조된 연주는 당시 그룹의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관객들은 이 밴드가 선보인 <E.S.P>, <Miles Smiles>, <Sorcerer>등의 앨범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의 관객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발라드 연주를 원했고 아울러 익히 잘 알려진 곡을 듣기 원했다. 이를테면‘Round Midnight’, ‘I Fall In Love Too Easily’같은 곡 말이다. 하지만 그룹은 새로운 곡으로 무대를 꾸미고 싶어했다. 그럼에도 관객의 바람을 따라 알려진 곡을 연주했다. 하지만 그 연주는 관객의 기대와는 달리 보다 역동적이고 추상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것은 분명 스튜디오 앨범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진보적인 연주였다. 따라서 부틀렉으로만 돌았던 1967년 가을의 기록이 공식적인 앨범으로 발매된다는 것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삶과 음악을 살핌에 있어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이라 하겠다. 실제 마일스 데이비스는 유럽 순회 공연을 막 마친 12월 4일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가 실험성이 더욱 강해진 ‘Circle In The Round’를 녹음하게 된다.

이 앨범 <Live In Europe 1967 – Best Of The Bootleg Series Vol.1>은 석 장의 CD와 한 장의 DVD로 구성된 박스 세트 앨범 <Live In Europe 1967 – The Bootleg Series Vol.1>에서 9곡을 골라 정리한 베스트 앨범이다. 벨기에 안트워프 공연 5곡, 덴마크 코펜하겐 공연 2곡, 그리고 프랑스 파리 공연 2곡을 싣고 있다. 사실 매일 같이 발생했다는 미묘한 차이는 각기 다른 날에 연주한 같은 곡을 들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1967년 가을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치열한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이 한 장의 앨범보다 박스 세트 앨범을 듣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2기 퀸텟의 스튜디오 앨범을 잘 알고 있다면 그 앨범들과 이 라이브 앨범을 비교하며 듣는다면 이 공연 실황에 담긴 퀸텟의 연주가 얼마나 진보적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1967년 11월 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티볼리 콘서트홀에서 녹음된 ‘Round Midnight’을 들어보기 바란다. 당시 마일스 데이비스는 이 곡을 침묵을 활용한 발라드 스타일로 연주하곤 했다. 하지만 앨범에 담긴 연주는 그렇지 않다. 마일스 데이비스를 비롯한 다섯 연주자들의 연주는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치열하게 요동친다. 게다가 이 곡에 메들리처럼 이어지는 ‘No Blues’까지 듣게 되면 당시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연주가 새로운 지향점을 향해 얼마나 뜨겁게 전진하고 있었는지 가늠하게 된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의지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자서전을 통해 유추해 보면 그는 1967년 가을의 순회 공연에 음악적으로 만족했던 듯하다. 그리고 만약 앨범 제작 제의가 들어온다면 이를 허락할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퀸텟과 함께 4년간 6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녹음했다. 하지만 우리는 발매된 앨범들보다 더 많은 녹음을 했다. 그 가운데에는 몇 개의 라이브 녹음도 있었다.”

그러니까 당시의 라이브 녹음에도 스튜디오 녹음 혹은 앨범만큼이나 관심이 있었다는 것이 된다. 물론 그의 생전에 이 녹음은 앨범으로 발매되지 못했다. 유령처럼 유럽의 어두움 속을 헤맸을 뿐이다. 그것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식 앨범으로 발매되어 그의 디스코그라피에 포함되었으니 고인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감상자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라는 점에서 나는 이번 앨범의 발매를 반긴다.

2 COMMENTS

  1. 오래동안 재즈팬을 자처하면서 점점 처음 재즈를 접했을때의 열광적인 충격? 신선함..이런것보다 익숙함이 지속되는 것이 사실이었는데 그런 낡은 저에게 정말 충격적인 앨범이 마일즈 데이비스(..다시 마일즈 데이비스라니..)의 플러그드 니켈 실황 전집이었습니다. 이 앨범은 아시듯이 재발매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베이나 국내 중고시장에서 20만원내외를 호가하므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뒤늦게 구했던 경우인데요. ..처음 듣고 정말 뭐에 얻어맞은듯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모두가 신들린 상태인데 그것이 콜트레인처럼 작열하는 붉은색의 황홀경이라기보다는 뭔가 푸르고 하얗게 피어나는 불꽃같다고 할까요. 아니 나는 그동안 이 연주를 듣지 못한채 마일즈 데이비스를 들었노라고 감히 자부했더란 말인가..황망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이 라이브에서 정말 감격적이었던게 허비 핸콕이었죠. 물론 스튜디오 녹음에서도 천재적인 솔로를 느낄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토니 윌리엄스나 웨인쇼터의 아우라에 살짝 가린듯이 느껴졌었습니다. 그런데 이 실황을 듣고 나서야 그가 그냥 잘하는 피아노주자가 아니라 정말 위대한 피아니스트였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전에는 콜트레인과의 퀸텟에 손이 더 많이 가던것이 사실이었고 2기 퀸텟은 그에 비해 좀 이지적이지 않은가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앨범을 듣고서야 이 퀸텟이 도달한 지점이 어떤것인지 절감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다시금 이 위대한 실황앨범을 얻게 되었네요. 부틀렉이 이렇게 녹음 좋은 경우가 다 있구나 감탄입니다. 연주내용은 니켈클럽과는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네요. 살 플레옐에서의 서정성은 제게 이 퀸텟의 스튜디오 앨범에서는 잘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음악은 굳어가던 낡은 시간 너머에서 늘 저를 기다리고 있었나 봅니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이 즈음의 라이브들이 다른 전설적인 스튜디오 녹음만큼 발굴되고 조명되기를 바래봅니다.

    • 아하 마일스 데이비스의 플러그드 니켈에서 큰 감동을 받으셨군요. 저도 처음에는 2기 퀸텟의 매력을 잘 몰랐습니다. 조금은 시간이 흘러서야 그 매력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매력이 앞으로도 새로움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1기 퀸텟이 지금은 어떤 모범의 향수로 다가온다면 2기 퀸텟은 시간이 흘러도 시대를 앞선 새로움으로 다가오네요. 특히 지난해 마일스 데이비스 앤솔로지 앨범 글을 쓰면서 앨범을 모두 감상할 일이 있었는데 여기서도 2기 퀸텟의 연주가 제일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 전이나 후도 좋긴 했지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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