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e Stories – T-Square (Sony 2011)

부드러움 속에 긍정적 삶을 이야기하는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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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가 되었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오랜 시간 자신의 일을 이어가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큰 의미를 지닌다. 시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즈에서는 오랜 시간 지속되는 그룹이 그리 많지 않다. 순간의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 때문에 낯선 만남을 즐기는 재즈 연주자들의 숙명 같은 성향 때문이다. 하지만 재즈사를 살펴보면 우연에 의해 싱그러운 연주만큼이나 여러 연주자들이 비교적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만들어 낸 안정적인 연주가 생각 외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가까운 예만 해도 키스 자렛 트리오나 팻 메시니 그룹이 그렇지 않던가?

J 퓨전이라 불리는 일본의 퓨전 재즈를 대표하는 티 스퀘어도 빼놓을 수 없는 장수 그룹이다. 이 그룹은 1978년에 결성되었으니 올해로 33년이 되었다. 그 사이에 발매한 앨범의 수도 상당해서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Nine Stories>가 37번째 정규 앨범이 된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3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룹이 무조건 평탄한 시간만을 보낸 것은 아니다. 그 사이 여러 차례 멤버의 변화도 있었고 음악적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룹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여러 위기 상황을 변화를 위한 도전의 기회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또 그러면서도 그룹의 정체성, 그룹의 매력을 새로운 변화 속에서도 지혜롭게 지켜냈기에 오랜 시간 대중적 인기 속에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룹의 어떤 매력이 지난 33년간 질리지 않는 인기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을까? 내 생각에 그것은 티 스퀘어 특유의 호방하고 역동적인 사운드가 주는 긍정적인 정서 때문이었다. 실제 디스토션이 걸린 마사히로 안도의 강력한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색소폰, 키보드, 베이스, 드럼의 힘이 넘치는 연주가 가세하는 티 스퀘어의 속도감 강한 사운드는 일체의 우울, 어두움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룹의 최대 히트 곡 가운데 하나인 ‘Truth’가 포뮬러 원(F1) 자동차 경주 일본 대회의 주제 음악으로 사용된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현재에도 티 스퀘어만의 건강한 사운드는 다양한 멤버의 변화 속에서도 그대로 유효하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남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티 스퀘어의 다부진 사운드는 표현 방식에 있어 미묘한 변화를 보이곤 했다. 그것이 그룹의 음악을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게 만들었다. 그 가운데 현 티 스퀘어의 사운드는 그룹 전체의 역사에 있어 가장 차별화된 사운드를 들려주지 않나 싶다. 그룹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리더 마사히로 안도(기타)와 원년 멤버로 활동하다가 탈퇴 후 다시 합류한 다케시 이토(색소폰)에 케이조 카와노(키보드), 사토시 반도(드럼)으로 이루어진 현재의 밴드는 2005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의 서영은이 참여하기도 했던 앨범 <Passion Flower>를 시작으로 이번 새 앨범까지 7장의 앨범을 녹음했는데 이 앨범들 들어보면 티 스퀘어만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정서는 그대로지만 사운드가 이전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졌음이 발견된다. 특히 이번 새 앨범 <Nine Stories>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부드러운 티 스퀘어의 완성된 모습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부드러움의 시작은 리더인 마사히로 안도의 비중이 줄어든 것에서 시작된다. 언급했듯이 그의 강렬한 기타 솔로는 그룹을 대표하는 아이콘과도 같았다. 특히 그룹의 남성적인 힘을 대표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의 기타는 ‘Night Games’, ‘A~for the rookies~’정도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전체를 이끌기 보다는 사운드의 일부로 물러선 모습을 보인다. 마사히로 안도 본인이 작곡한 ‘A·I·TA·KU·TE’와 ‘サンデー·キッチン 일요일의 주방’에서조차 그의 기타는 자신을 내세우는 대신 다른 악기와 균형을 이루려 한다. 음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힘보다는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이렇게 마사히로 안도의 기타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기타-색소폰-키보드가 조화로이 전면에 나서는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안정적인 흐름 속에서 이들 악기가 교대로 자신의 솔로를 펼치는 형식이 주를 이룬다. (이것은 실제 공연에서 보다 효과를 발휘하리라 생각된다.) 보다 민주적인 사운드라고나 할까? 이것은 작곡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사토시 반도가 세 곡을 작곡하고 나머지 세 멤버가 각각 두 곡을 작곡한 것이다.

사실 리더와 그의 각기 중심이 아니라 전체 밴드가 중심이 된 것은 지난 앨범 <時間旅行 시간 여행>에서부터 감지된 것이었다. 다만 그것이 <시간 여행>에서는 다소 어색하게 드러났던 것이 이번 앨범에서는 하나의 완결된 모습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다케시 이토나 마사히로 안도가 아닌 사토시 반도와 케이조 카와노의 작곡-특히 멜로디의 측면에서-이 보다 좋아졌다는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어쩌면 티 스퀘어의 음악을 오랜 시간 좋아하고 그 가운데 90년대의 티 스퀘어를 모범으로 생각하는 감상자들은 이런 변화된 모습에 다소 아쉬움을 느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앨범을 평가 절하하거나 싫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티 스퀘어만의 건강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낭만적으로 말이다. 이 앨범의 타이틀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각각 하나의 이야기를 상징한다. 그 각각의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앨범을 들으면 그 9개의 이야기들이 티 스퀘어의 긍정성으로 수렴된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곡들을 살펴보면 먼저‘A Little Big Life’나 미국 만화 주인공을 소재로 한 ‘Prankster’에서는 소소한 일상의 반복에서도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는 건강한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난 2010년 6월 13일 지구로 돌아온 소행성 탐사 위성 하야부사의 여정을 소재로 한‘はやぶさ(하야부사) ~The Great Journey: 奇跡の帰還~기적의 귀환’이나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를 소재로 한 ‘Atlantis’는 우리 가슴에 살아 있는 신화적 상상을 자극한다. 그리고‘Night Games’나 ‘サンデー·キッチン 일요일의 주방’, ‘A·I·TA·KU·TE’같은 곡에서는 복잡한 도시를 사는 중에 느낄 수 있는 작은 여유를 생각하게 해준다. 끝으로 ‘For The Love Unborn’과 ‘A~for the rookies~’는 이제 막 삶을 시작하거나 자신의 경력을 시작한 초보들을 위한 힘찬 격려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지금까지 말한 정서들은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기존 티 스퀘어의 음악에서 만날 수 있었던 정서의 연장이다.

가끔은 다소 자기 반복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나는 그 동안 티 스퀘어의 건강한 정서를 좋아해왔다. 그 가운데서도 이번 앨범은 201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음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저런 사회적 상황의 악화로 인해 삶을 포기하고 좌절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우리의 오늘이 아니던가? 그런 상황에서 티 스퀘어의 이번 앨범은 절망과 슬픔을 위로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손을 내밀어 다시 설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삶의 마지막을 생각한 사람이 마음을 다시 잡고 새로운 삶의 도전 의지를 불태울 때 이 앨범에 담긴 9곡이 가장 적절한 배경 음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지난 33년간 이어진 티 스퀘어의 역사 자체가 시대를 극복하는 도전과 성공의 역사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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