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황금 팔을 가진 사나이>. 이 영화를 내가 보게 된 것은 역시 재즈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프랑크 시나트라가 주연을 맡았고 또 내용에서 주인공이 재즈 드럼 연주자가 되기를 꿈꾼다는 것, 그래서 쇼티 로저스가 이끄는 빅 밴드에서 셜리 만을 제치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장면이 나오고 또 실제 쇼티 로저스 빅 밴드가 사운드트랙 연주를 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재즈 애호가들은 한번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영화에서 음악은 거의 매 순간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일반 연주음악과 재즈가 섞여 1940년대 후반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영화는 마약 중독의 무서움을 표현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아마도 당시에는 마약 중독자가 참 많았던 듯하다. 그래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비밥 시대 재즈 연주자들 상당수가 마약에 중독되었던 것이 재즈만의 일은 아니었던 듯 하다. 그리고 영화가 제작되고 나서 당시 미국 영화협회는 당시 금지하고 있던 마약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이유로 개봉을 금지했다고 한다. 이 또한 마약의 영향을 일반인들에게 주지 않기 위해 그런 금지사항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영화는 개봉되었다.
아무튼 마약 중독으로 감옥에 수감되었던 프랭키 머신이 새로운 마음으로 재즈 드럼 연주자가 되고자 하지만 상황은 그리 쉽지 않다. 옛날 그가 낸 사고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아내에 대한 책임감-사실은 그가 떠날까봐 아내는 건강한 다리를 숨기고 있었다.-이전 직업인 도박장 딜러로 다시 일하기를 강권하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마약으로 유혹하는 마약 딜러 등이 그의 갱생을 어렵게 하고 결국 다시 마약의 길로 인도한다. 그러나 이런 누아르적인 상황은 그가 진정 사랑한 여인 몰리가 그를 중독으로부터 구해내고 억울한 누명도 벗게 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참으로 어두우면서도 당시의 시대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내용이라 하겠다.
원래 주인공 프랭키 머신의 배역은 말론 브란도에게 먼저 제의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프랑크 시나트라가 중간에서 가로챘다고 하는데 당시 그는 이 배역이 무척 탐이 났던 모양이다. 연기를 너무 잘한다. 누아르적인 분위기의 고독한 남성인 프랭키 머신의 어두운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여기에 몰리역을 한 킴 노박도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 외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모두 자기 배역을 멋지게 소화했다고 본다.
영화 제목이 의미하는 황금 팔은 카드 딜러의 팔이자 뛰어난 드럼 연주자의 재질을 지닌 남자의 팔을 의미한다. 그런데 나는 이유 없이 드럼이 아닌 트럼펫을 기대했다. 한편 이 황금 팔은 마약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데 그래서 영화 타이틀은 마약으로 힘을 쓰지 못하는 팔을 등장시킨다. 포스터도 마찬가지. 이 타이틀 시퀀스는 후에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에서도 유사하게 반복된다. 두 타이틀 모두 솔 바스가 만든 것으로 그 중 이 <황금 팔>의 타이틀은 영화사의 중요한 타이틀로 기억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