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대표작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첫 작품 <400번의 구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쥘과 짐> 또한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인 연출이나 재미에 있어서는 확실히 <400번의 구타>가 더 좋은 것 같다.
앙리-피에르 로쉐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프랑소아 트뤼포는 작가에게 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작업이 늦어져 결국 작가는 영화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그리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일일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사실을 언급한 것은 영화가 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즉, 100%는 아니더라도 영화의 내용이 어느 정도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영화의 내용은 지금 봐도 충격적이다. 영혼의 자유를 꿈꾸는 여성 카트린, 그리고 그녀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마음이 떠난 그녀를 곁에서라도 보기 위해 절친에 대한 여자의 관심을 허락하는 쥘, 친구의 아내와 살기로 마음 먹는 짐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지금 TV 드라마로 만들면 단번에 막장이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확실히 영화의 내용은 보통의 도덕을 넘어서는 측면이 있다. 특히 남편 쥘을 두고서도 짐이나 알베르 같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주는 카트린의 행동은 시대를 앞서가도 한참 앞서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막장적인 내용은 배우들의 연기에 의해 설득력을 획득한다. 다소 소심한 듯한 쥘(오스카 베르너)의 카트린에 대한 사랑은 그럴 수도 있다는 쪽으로 생각하게 만들며 자유 분방한-특히 여자에 대해서- 짐(앙리 세르)의 태도 도한 욕망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뭐라 딱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보헤미안 스타일의 카트린(쟌 모로)도 머리로서는 이해하지 못하면서 마음으로는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이 모두가 배우의 열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사랑의 여러 형태? 변하지 않는 사랑, 자유로이 떠도는 사랑 사이의 갈등? 두 친구의 우정? 글쎄. 잘 모르겠다. 이 모두가 영화의 주제에 해당되는 것 같긴 한데 나로서는 살짝 어지럽다. 다만 영화의 제목이 <카트린>이 아니라 <쥘과 짐>인 것을 보면 감독이 두 남자의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 생각될 뿐이다. 하지만 사실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카트린이 아니던가? 그리고 영화가 시작할 때 카트린의 목소리와 함께 다음과 같은 자막이 나온다.
‘Tu m’as dit: Je t’aime. 넌 내게 사랑해라고 말했지
Je t’ai dit: Attends. 난 네게 기다려라고 말했고
J’allais dire: Prends-moi. 난 날 가져라고 말하려 했어
Tu m’as dit: Va t’en. (그러나) 넌 내게 꺼져라고 말했네
이를 보면 사랑의 엇갈림을 이야기한 것 같기도 하다. 카트린을 중심에 두고서 말이다. 이처럼 모호한 부분이 있기에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들고…그러면서 매번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 내는 명화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