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뉴욕에서의 재즈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하고픈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리차드 기어와 다이안 래인을 주연으로 내세워 만든 이 영화는 1928년부터 1929년 대공황을 맞아 1930년대 초반에 이르는 몇 년 사이의 뉴욕을 할렘에 위치한 코튼 클럽을 통해 보여준다. 당시는 금주법이 시행 중이었고 유흥사업은 갱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무법적인 밤의 시대에서 재즈는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는데 영화는 코튼 클럽의 다양한 쇼를 통해서 드러낸다. 그 쇼는 듀크 엘링턴이나 캡 칼로웨이가 이끄는 빅 밴드가 있고 이에 맞추어 아름다운 무희들의 춤과 탭 댄서들의 화려한 발 놀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쇼 장면들 만으로도 영화는 상당한 재미를 준다.
한편 영화에서 리차드 기어는 흑인을 능가할 정도로 뛰어난 백인 트럼펫 연주자 딕시 드와이어로 나오는데 그를 딕스라고 주변에서 부르는 것부터 빅스 바이더벡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물론 삶 자체는 전혀 상관 없지만. 재즈의 시대를 그리면서 흑인이 아닌 백인 트럼펫 연주자를 내세운 것은 당시의 흑백차별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는 백인 주인공을 내세워야 흥행에 유리했던 영화산업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실제 이 백인 트럼펫 연주자가 백인들 중심의 상류사회-갱들, 흥행업자 등이 있는-를 제약 없이 다니면서 보는 위태로운 풍경이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런 백인 사회에 딕스를 종처럼 부리는 거친 갱단 두목 더치가 나오는데 그가 마지막에 새로 등장한 이탈리아 계 갱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면 이 무렵부터 마피아가 지하세계를 장악하기 시작했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리차드 기어와 다이안 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사실 이 두 사람은 전체 이야기를 이끄는 주동자는 아니다. 뉴욕 그리고 코튼 클럽이 주인공이고 두 사람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연의 입장이지만 주인공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흑인 탭 댄서 샌드맨(그레고리 하인즈)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무대에서는 박수를 받는 스타지만 정작 관객으로는 코튼 클럽에 입장할 수 없는 차별 받는 흑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영화에는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명이 종종 등장한다. 그 가운데 듀크 엘링턴과 캡 칼로웨이는 대사는 없지만 제법 비중 있게 등장하고 있으며 찰리 채플린, 제임스 캐그니같은 인물이 클럽의 손님으로 등장한다.
한편 지금 보면 영화의 캐스팅이 상당히 화려하다. 딕스의 동생으로 더치의 수하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빈센트로 니콜라스 케이지가, 그 시대에 실제 존재했던 갱인 범피를 모델로 한 듯한 범피로 로렌스 피시번이, 코튼 클럽의 수완 좋은 사업가로 밥 호스킨스가 나온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을 보면 탐 웨이츠가 나왔다고 하는데 나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영화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재미가 부족할 수도 있다. 커다란 사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튼 클럽을 주제로 한 서사로 생각한다면, 재즈 시대에 대한 초상으로 본다면 영화는 다큐멘터리 이상의 여운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