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어버렸지만 버트 레이놀즈는 70년대와 80년대 초반을 장식했던, 그러니까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나오기 전까지 액션 영화의 인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샤키 머신>은 그가 감독하며 주연한 영화로 그의 이력을 대표할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람보와 이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인 샤키와는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그것을 나는 시대차이라 부르고 싶다. 비록 이 영화가 1981년에 개봉되었지만 전반적인 영화적 감성은 70년대에 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틀란틱으로 간 더티 해리’라는 제목을 염두에 두었을 정도로 샤키는 성격이나 행동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만 여인을 애정으로 바라보는 측면에서는 샤키가 훨씬 더 섬세하고 세련되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영화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거칠기로 소문난 경사 샤키가 마약, 매춘 등으로 아틀란타의 밤을 지배하는 빅터와 그 패거리에 대항해 싸우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샤키 머신은 샤키의 총이 아니라 샤키를 중심으로 한 팀을 말한다. 아무튼 영화에서 샤키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폭력을 무조건 일삼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보다는 오로지 일만 아는 캐릭터에 더 가깝다.
나는 이 영화를 80년대 초반, 그러니까 초등학교(국민학교) 6학년인가 중학교 1학년인가 아무튼 그 무렵에 동네의 동시상영 극장에서 보았다. 동시상영 극장이라 중간에 들어가 끝까지 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내용을 짜 맞추며 보았는데 그때는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받지 못했던 듯 싶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니 극적 긴장이 지금으로 보면 가벼운 폭력인데도 상당히 긴장을 느끼게 한다. 그런 면이 당시 영화를 인기 있게 만들었으리라.
그러나 이 영화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음악이다. 이 영화는 재즈를 효과적으로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이 발매되었기에 아는 사람을 알 것이다. 아무튼 샤키가 등장하는 타이틀 장면에서의 크루세이더스와 랜디 크로포드가 함께 한 ‘Street Life’가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사라 본의 ‘사랑의 테마’ 외에 플로라 프림과 버디 디 프랑코, 맨하튼 트랜스퍼, 에디 해리스, 조 윌리엄스 등의 곡들이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며 80년대 초반 도시적 정서를 대변한다. 그 가운데 압권은 My Funny Valentine. 이 곡은 영화 전반의 테마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 분위기를 지배한다. 특히 샤키가 빅터의 지배하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하룻밤에 1000불이 있어야 함께 할 수 있는-을 건너편 건물에서 며칠간 잠복하며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장면에서는 영화의 멜로라인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샤키의 감시를 받는 여인 도미노가 이 곡을 좋아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시간 날 때마다 이 곡을 듣는데 도청하는 샤키가 그 멜로디를 따라 부른다. 그리고 이어서 샤키와 도미노의 모습이 교차되는 것에 맞추어 쳇 베이커의 My Funny Valentine과 쥴리 런던의 My Funny Valentine이 교차되는데 그것이 마치 하나의 듀엣 같다. 물론 이러한 노래의 주고 받음이 아직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두 사람이 애정관계를 만들어갈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그래서 액션 스릴러물이면서도 정작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은 멜로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