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ombe Lucien – Louis Malle (Nouvelles Editions de Films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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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말 감독의 1974년도 영화. 라콩브 뤼시앙을 오랜 만에 보았다. 내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시나리오를 루이 말과 파트릭 모디아노가 같이 썼기 때문이다. 이 당시 그는 , , 등의 소설로 주목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그 가운데 야간 순찰의 경우 <라콩브 뤼시앙>처럼 독일군에 협력하는 프랑스인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아무튼 영화엔 파트릭 모디아노적인 상황, 요소들이 종종 등장한다. 일단 뤼시앙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는 알베르 혼씨네 가족이 유대인이라는 것, 뤼시앙을 독일 경찰 소속으로 이끄는 쟝 베르나르의 애인인 베티 보리외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역할을 했던 영화 배우라는 것, 프랑스 혼과 스페인으로의 탈출을 시도하는 것-실패까지 포함하여-, 그를 독일 경찰로 이끈 앙리 오베르가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경기 우승자였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뤼시앙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학교에 다니는 또래와 상관 없이 어른들의 세계에 주변인으로 일찍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 모디아노적인 느낌을 준다. 아마 루이 말이 이런 이유로 모디아노와의 공동 작업을 시도한 것이 아닐까 싶다. (혹 모디아노가 거의 모든 것을 쓰고 루이 말이 부분 수정을 한 것은 아닐까?)

영화는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고 비시에 괴뢰 정권이 세워졌던 1944년 여름의 남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안에서 라콩브 뤼시앙이라는 청소년이 게쉬타포 산하의 경찰 조직에 우연히 가입하게 되면서 끝까지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결국 몇 달 뒤에 반역행위로 처형 당하기까지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 안에서 그는 유대인 소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의 위치에 일종의 혼란을 느낀다.

내용만을 두고 보면 아주 매력적인 내용은 아닐 지도 모른다. 한국 전쟁 때도 이런 일은 많았다. 그러나 전쟁이 가져온 부조리한 상황은 언제 봐도 공감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게다가 뤼시앙이 결국 조국 프랑스를 위해 다시 싸워서 생존한다거나 하는 영화적 해피 엔딩이 아니라 그냥 유대인 애인 프랑스 혼과 탈출을 시도하다가 산 속에서 살게 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리면서 자막으로 10월에 잡혀 처형당했다고 설명하기에 더욱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 외에 모든 인물들에 대해 감독은 내적인 심경을 직접적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정말 다큐멘터리처럼 그들의 행동을 따라 보여주기만을 할 뿐이다. 뤼시앙이 사랑을 느끼는 미묘한 감정, 알베르 혼의 자존심 등은 따라서 감상자의 상상을 필요로 한다.

이 영화의 음악은 1940년대의 느낌이 나는 샹송과 그 시대의 음악이 나오면서도 장고 라인하르트의 집시 재즈(핫 클럽 드 프랑스)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사실 장고 라인하르트의 음악은 40년대보다 한 시대 앞선 30년대에 더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므로 그의 음악을 사용하는 것은 약간의 시대착오적 오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프닝 타이틀을 장식한 Minor Swing부터 Nuages, Manoir De Mes Reves, Douce Ambiance 같은 곡들이 화면과 절묘하게 맞물리는 것을 보면 또 그럴싸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장고 라인하르트의 파트너였던 스테판 그라펠리가 영화 음악을 담당했던 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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