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nch Connection – William Friedkin (20th Century Box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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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마약 하면 콜럼비아를 중심으로 한 남미가 먼저 떠오르지만 1960년대에는 프랑스도 만만치 않았나 보다. 영화 타이틀 <프렌치 커넥션>은 어감은 참 좋지만 사실은 터키에서 출발하여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넘어오던 마약 유통 경로를 의미한다. 즉, 이 영화는 마약을 유통하려는 프랑스 조직을 소탕하는 미국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런데 그 전개가 상업 영화의 흥미로운 액션을 사용하면서도 다큐멘터리적인 특성 또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범죄 조직 일행이 고급 식당, 술집에서 돈을 마구 뿌리는 것과 달리 이들을 미행하는 형사들은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이 장면을 클로즈업 하기도 한다-피자 한 조각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밤새 차에서 밖을 주시한다. 이런 것들이 영웅적인 멋보다는 상당한 사실감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프랑스인 마약조직의 우두머리 알랭 샤르니에가 잡히거나 사살당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그대로 끝나면서 자막으로 그 이후 지미 도일(진 해크먼)과 버디 루소(로이 슈나이더) 형사가 다른 부서로 옮겼으며 알랭 샤르니에는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도 영화가 사실에 입각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일단 이 영화는 실제 에디 이건, 소니 그로소 형사-영화에서 단역으로 나오기도 한다-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한 것이며 범죄 조직도 실제의 범죄조직을 모델로 삼았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다. 다큐멘터리적인 특성을 가미했으면서도 내용은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알랭 샤르니에의 실제 인물은 잡혀서 감옥에 갔다.

이 영화가 기억되는 것은 물론 영화가 재미있기 때문이지만 주인공 도일 형사가 지하철로 도망치는 프랑스인 킬러를 자동차로 추격하는 장면 때문이다. 지금은 모든 준비가 철저하게 이루어진 후에 촬영에 임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의도적으로 감독은 이러한 영화적인 치밀함을 뒤로 미루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촬영되었다는 이 장면은 사전 예고 없이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도일 형사가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난폭하게 운전할 때 추월 당하거나 마주 오고 또 부딪히는 차들은 실제 일반인들의 차였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 촬영 후 파손된 차량은 수리비를 물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허가를 받지 않은 촬영이었다. 다만 영화의 모델이 된 두 형사가 조금 손을 써주었나 보다. 자동차 추격 장면 외에 알랭 샤르니에를 도일 형사가 미행하면서 생기는 숨바꼭질도 이후 여러 영화에 사용될 미행 장면의 전형을 보여준다.

사실적인 장면들 외에 도일 형사의 광기 어린 범인에 대한 집착 또한 영화를 인상적으로 만든다. 마지막에서 동료 형사를 실수로 쐈으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범인을 쫓아 어둠으로 들어가는 도일 형사의 눈빛이 그렇다. 진 해크먼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을 탄 것도 이런 시선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보다 부드러운 로이 슈나이더가 조연상을 타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돈 엘리스가 영화 음악을 담당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실험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던 이 트럼펫 연주자가 영화 음악을 어떻게 만들었냐 가 궁금했다. 그런데 재즈적인 차원이라기 보다는 영화의 영상에 종속된 영화 음악 차원에서 작업을 했기에 그만의 개성을 느끼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영화 음악이 별로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영화적이라는 것이다. 듣자 하니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진 해크먼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배우들을 기용하여 만든 <프렌치 커넥션 2>에서는 조금은 더 재즈적인 음악을 들려준다고 하는데 그것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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