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Dieu Crea La Femme….. – Roger Vadim (Cocinor 1956)

d1

로제 바딤 감독의 첫 영화이자 브리지뜨 바르도의 데뷔작품이다. 10여 년 전에 파리에서 보고 모처럼 다시 보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은 명작이기 때문이 아니라 생각한다. 영화에 그리 좋은 눈을 가지지 못한 내가 감히 평가한다면 이 영화는 범작 이상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소재와 연출의 파격성이 영화를 기억하게 하는 것 같다. 그것 때문에 명화다 라면 할 수 없지만…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생 트로페를 무대로 일어난다. 고아 출신의 줄리엣 하디의 주체할 수 없는 갈증과 그로 인한 한 형제의 비극적 상황을 그린다. 여기서 갈증이라고 표현한 것은 명확하지 않은 욕망을 의미한다. 그녀는 타고난 외모로 주변 남자들의 시선을 받고 그녀 또한 이를 즐기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남자와의 만남에서 어떤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지금의 시점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탈출 욕구가 아닌가 싶다. 막연하게 자신이 위치한 현실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가까운 도시 툴롱으로 떠나고 싶기도 하고……아무튼 무료한 시골이 싫은 것은 분명한 듯. 하긴 나도 한 동안 프랑스의 한 작은 도시에서 살 때 무료해서 무척이나 힘들었었다. 가족과 친구도 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무심코 지켜보기란 일종의 고문이었다. 그 덕에 음악만 계속 들었지만. 아무튼 줄리엣의 갈증은 감독이 막연하게 설정해 놓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막연한 갈증은 이후의 에로틱 멜로물의 여성 캐릭터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후의 캐릭터들은 성적인 불만이 조금은 더 강하게 표출되기는 했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왜 영화의 제목이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 성경에서 가져온 듯한 이 제목은 결국 남자를 통해 여자가 정신을 차린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소 어처구니 없는 생각일 수도 있는데 영화의 마지막에 그녀의 남편 미셀이 그녀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을 보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것이다. 방황을 거듭하던 그녀가 그의 따귀에 마치 ‘내가 이 남자에게 속해 있는 것이 마구나’하는 소속감을 드러내며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그녀의 갈증을 이해하게 한다. 고아였고 그녀를 데려다 키운 양부모 또한 그리 정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녀는 세상에 던져진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만족시켜줄 누군가를 찾았지만 이미 그녀는 남자를 잘 믿지 않는 상황. 그래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았던 것은 아닐까?

1956년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아무리 성적으로 관대한 프랑스였을 지라도 이 영화는 그리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형제와 관계를 갖는 여성의 이미지는 지금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아니던가? 그리고 모든 장면에서 가슴을 풀어헤치고 라인을 살리기 위해 다리를 곧게 펴는 브리지뜨 바르도의 뇌쇄적인 자세는 영화와 상관 없는 외설적 이미지를 만들어 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하지만 악마는 브리지뜨 바르도를 만들었다’는 홍보 문구가 이를 입증한다.

영화의 음악은 재즈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이탈리아와 남 프랑스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전통 음악과 당시 시류를 타고 유행하던 맘보, 차차차 음악이 주를 이룬다. 이것이 달뜬 18세 여인-소녀가 아니다!-의 마음과 맞물리며 상당한 흥분을 만들어 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