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Lunch – David Cronenberg (20th Century Fox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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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졌다시피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그로테스크한 시공간이 등장하는 영화를 주로 제작하고 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사건들이 고도의 상징성을 띄며 이어진다. 그러나 다른 영화에 비해서 이 영화는 그 주제가 비교적 명확하다. 이것은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공 윌리엄 리가 카페에서 만난 두 친구 행크와 마틴의 대화를 기억하면 된다. 행크와 마틴은 서로의 문학관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하나는 머리 속에 생각나는 그대로 쓰고 그 이후에 고치면 안 된다는 것이고 하나는 어떤 문장이건 백 번은 고쳐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크는 다시 고쳐 쓰는 것은 자기 검열이라고 하며 모든 이성적인 것을 제가하며 글을 써야 한다고 한다. 이 둘의 대화는 결국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에 손을 들어주는 것 같다. 실제 이후 영화는 인터존이라는 환상적인 공간을 무대로 펼쳐지는데 그 공간에서는 타이프라이터가 곤충의 돌연변이처럼 살아 있는 존재로 다가온다. 그래서 때로는 글을 이렇게 저렇게 쓰라고 코치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마다 선호하는 타이프라이터가 있다. 그런데 윌리엄 리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가 쓴 기억에 없는 글이 호평을 받으며 출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은 결국 이성적인 고려 없는 무의식적이고 원초적인 자동기술에 의한 글쓰기가 실현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특이하지만 바퀴벌레약에 수삼 지내 가루를 탄 마약의 효과이다. 결국 영화는 글 쓰는 작가의 고뇌를 그리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고뇌를 극복하고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는 법은 우발적이지만 아내를 총으로 쏘는 것처럼 충격적인 사건, 계기를 통해 자신을 잊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 영화의 원작은 앨런 긴스버그와 함께 비트 세대의 주요 이물이었던 윌리엄 버로스의 동명 소설에 기초하고 있다. 어쩌면 그의 작품이 이미 초현실적이기에, 그러면서도 주제나 줄거리가 비교적 명확하기에 영화가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해 따라가기 쉽게 나왔나 보다. 아무튼 윌리엄 버로스는 오랜 기간 마약에 중독되어 있었고 해충구제사업을 하기도 했으며 사랑하는 연인 조앤을 실수로 죽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적 각성을 했었다. 이러한 내용은 영화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주인공 윌리엄의 이름은 작가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며 아내 조안 역시 연인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마약 중독, 아내 살인, 해충구제사업 등 대부분의 상황, 사건이 작가의 삶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특히 아내를 죽이는 상황이 두 번이나 반복되는 것은 그것이 작가로서 각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한편 이 영화의 음악은 레이 윌리엄스라는 인물이 수퍼바이징을 하고 하워드 쇼어가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전체 음악을 연주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역할은 오넷 콜맨이었다. 그는 아들 데나르도 콜맨(드럼)과 바레 필립스(베이스)와 함께 트리오 편성으로 오케스트라를 대동하고 프리 재즈 연주를 펼쳤다. 그리고 이 연주는 영화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런데 영화 속 시간이 1953년임을 생각하면 오넷 콜맨의 등장은 아이러니이다. 이 당시 재즈는 비밥과 쿨이 대세였으며 프리 재즈는 물론 오넷 콜맨이 등장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오넷 콜맨이 음악을 담당하게 된 것은 영화가 자동기술적인 글쓰기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그것이 프리 재즈의 기본 정신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실제 영화 속 작가의 고뇌는 그대로 재즈 연주자의 고뇌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니 오넷 콜맨의 등장은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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