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ld Bunch – Sam Peckinpah (Warner Bros Seven Arts 1969)

얼마 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The Good The Bad & The Ugly>를 이야기하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블론디의 낭만적인 대사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보통의 서부영화는 무법자들이 난무하는 듯하면서도 그 안에서 그들만의 의리, 예의를 드러내며 낭만적으로 사건을 진행시킨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들이 그랬다. 총질을 열심히 해도 피가 거의 튀지 않는 영화. 반면 샘 페킨파는 수정주의 서부영화를 열심히 제작했던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가 그 대표작. 오우삼, 쿠엔틴 타란티노 등의 감독들이 매우 좋아했고 영향을 받기도 했다는 이 영화는 폭력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피가 튀고, 목이 잘리며, 죄 없는 사람들이 마구 죽어 나간다. 그러면서 서부에 낭만은 없다고 느끼게 한다. 하긴 언젠가 한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는데 서로 등을 맞대고 몇 발자국 걸어가 동시에 뒤를 돌아보며 총질을 하는 결투는 서부에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보다는 몰래 뒤로 돌아가 등에 총질을 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단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사실 돈에 눈이 먼 무법자들에게 상대에 대한 배려가 어디 있으랴. 나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이 보일까?

한편 이 영화는 좋은 놈과 나쁜 놈이 없다. 모두가 다 죄를 지은 나쁜 놈들 사이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다만 주인공 무리(Bunch)들이 그나마 좋게 보이는 것은 주인공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리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은 전통 서부영화와 다를 바 없다. 아무튼 영화의 초반을 보면 파이크(윌리엄 홀든), 더치(어네스트 보그나인) 등으로 구성된 강도들이 무참히 민간인을 살해할 때는 그들의 잔인성에 반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 무리를 잡으려는 덱 손튼(로버트 라이안) 일당을 좋게 본다. 그러나 덱 손튼 일당도 현상금 사냥꾼일 뿐. 그래서 사건에 따라 초기의 악당은 공감할 수 있는 무리로 변해간다. 결국 감독은 실제 서부는 모두가 총질을 한 만큼 다 나쁘다라고 이야기하려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윌리엄 홀든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훌륭했다. 그 가운데 주인공 윌리엄 홀든의 카리스마는 극중 동료들 외에 감상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어네스트 보그나인도 상당히 좋은 인상을 준다. 또한 전갈을 불개미 무리에 두고 죽게 하며 노는 어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부각시킨 타이틀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미리 예언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흥미롭다. 죄인 줄 모르면 죄가 아니다? 아무튼 너무나도 자연스레 사람을 죽이는 악당들과 그들의 운명을 예견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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