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ffle Au Coeur – Louis Malle (Marianne Production 1971)

내가 이 영화를 알게 된 것은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말고 이 영화에서도 루이 말 감독이 재즈를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실제 이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을 보면 음악에 시드니 베셰와 함께 찰리 파커의 이름이 크게 나온다.

이 영화는 1971년 당시 근친상간적인 분위기로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골적인 성애묘사는 없었기에 적절히 넘어갔고 흥행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듯하다. 이 영화는 일종의 성장 영화로 볼 수 있다. 10대의 주인공 로랑(브누아 페로)이 다소 답답한-그러나 자유주의적인 면도 강한-브르주아 집안과 학교에서 가벼운 반항심이 생기고 성적인 면에도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 흔히 말하는 사춘기의 방황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그 사춘기의 방황이 공감되는 것은 주인공이 여전히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함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화는 루이 말 감독이 당시의 보수적인 가치관에 대한 반감을 영화에 투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파리가 아닌 옛 부르타뉴 지역의 중심지였던 디종-내가 1년을 거주했던-의 1954년을 무대로 한 것도 이 때문인 듯. 그리고 로랑의 아버지 샤를 슈발리에(다니엘 겔랭)는 의사. 아이들에게 근엄을 유지하려는 듯한 인물로 특히 막내 아들 로랑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런데 그의 아내 클라라 슈발리에(레아 마사리)는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그녀는 아이들을 조금은 자유롭게 둔다. 그리고 은밀히 다른 남자를 만나고 로랑에게 들킨다. 한편 로랑네 집에는 유명한 고가의 그림이 있는데 로랑의 형과 친구들이 그림을 모조품으로 바꾸어도 아무도 모른다. 또한 로랑이 심장에서 소리가 나는 병(Souffle Au Coeur)에 걸려 이를 치료하기 위해 풍광 좋은 호텔식 휴양소에 들어갔을 때 그 안에 모인 부르주아들 역시 허례 가득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학교에서의 사제는 동성애적인 기질을 지닌 사람으로 묘사된다. 이런 부분들이 루이 말 감독이 시대를 삐딱하게 본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로랑을 비롯한 10대 청소년들이 담배와 술은 물론 성적으로도 일탈, 방종을 꿈꾸고 이를 어느 정도 실현하는 모습은 그래서 나름 근거가 있다. 그러나 이를 감독은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보통의 청춘 영화처럼 에피소드로 다룬다. 어머니와의 일도 그냥 둘 사이의 비밀스러운 추억 정도로 마무리 한다. 그래서 성장 영화로 이해하면서도 살짝 결말이 명확하지 않은 듯해 허전함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또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찰리 파커의 비밥은 로랑의 상황을 상징한다. 근엄할 수도 있는, 또한 허식일 수도 있는 부르주아 집안에서 그가 반항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찰리 파커의 비법이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재즈가 아닌 찰리 파카를 감독이 선택했을 것이다.) 실제 요양원의 무도회에서 클래식이 나오는 것을 보고 오랑은 직접 그런 음악이 지겹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처음에 나는 그냥 찰리 파카를 감독의 취향이 반영된 배경 음악 정도로 이해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찰리 파커의 연주를 틀어놓고 알베르 까뮈(시지프스 신화)나 보리스 비앙(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아무튼 로랑이 재즈를 좋아하기에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의 연주가 자주 나온다. 그리고 1954년 당시 재즈는 프랑스에서 이미 마니아용 음악이었던 것 같다. 로랑의 친구가 비밥을 춤곡의 하나로 이해하는 장면이 나오니 말이다.

한편 디종을 배경으로 하면서 내가 자주 갔던 음반매장이 나와서 놀랐다. 다른 매장에 비해 음반 가격이 살짝 비쌌던 것 같은데-그래서 구경만 하고 다른 데서 음반을 사곤 했다-그 매장이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아무튼 그 장면을 보면서 시대가 변해도 도시의 외양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것, 사람들의 추억을 간직하는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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