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웃음과 세태 풍자가 어우러진 프랑스 코미디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어찌 보면 영화는 두 남자가-중간에 여자가 끼지만-여기 저기 다니면서 사고를 친다는 점에서 버디무비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다. 아니면 ‘덤 앤 더머’류의 바보 영화? 그런데 그 내용이 거침없고 자유롭다. 제라르 드파르디유와 파트릭 데와에르가 맡은 장 클로드와 피에로 콤비는 자동차 절도, 도둑질을 하는 20대 중반의 젊은 이들인데 영화는 이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저지르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들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그 속에서 여성에 대한 다소 저질적인 대화, 답답한 사회에 대한 가벼운 풍자 등이 조용히 드러난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는 이러한 사도들을 대책 없이 밀고 나가는 베르트랑 블리에의 대본과 영상 자체에 있다. 후에 뜻밖의 오해에 지명수배를 당하지만 감독은 이들의 체포나 불안 걱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일단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차를 훔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뿐이다. 잘은 모르지만 이것이 70년대 초반의 프랑스 젊은이들의 감수성이 아니었나 싶다.
두 남자 주연 외에 살짝 백치미를 지니고 두 남자의 요구를 들어주고 감싸주는 마리 앙쥬 역의 미우미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녀의 귀여움이 가장 잘 돋보이는 영화가 아니었는지. 그리고 특별 출연한 쟌 모로 또한 아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연기를 펼친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서의 이미지가 다시 느껴지는 연기였다. 그리고 그 고혹적인 목소리란.
한편 다소 비윤리적인 내용이 코미디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은 스테판 그라펠리가 담당한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언제나 상황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영화에서도 행동의 무게를 걷어내고 가벼운 것으로 만든다. 갈수록 꼬이는 주인공들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도 음악 때문이 아닐지.
영화 제목 ‘Les Valseuses’는 ‘춤추는 사람들’, 혹은 ‘왈츠를 추는 사람들’로 해석할 수 있다. 이리 생각하면 영화의 산뜻한 가벼움을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이 단어는 남성의 ‘고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피에로가 3바늘 꾀멜 정도의 고환을 스치는 총상을 입고 발기부전에 대한 강박에 빠지는 데 이를 생각하면 ‘고환’으로 해석해도 좋을 듯. 그러나 미국에서는 ‘Going Place’로 개봉되었다. 영화 내용을 보면 이 제목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