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Diable Probablement – Robert Bresson (Gaumont 1977)

로베르 브레송 감독이 1977년에 제작한 이 영화는 그 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작품성에 인정을 받았다는 뜻.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영화를 지배하는 염세주의, 허무주의 때문은 아니다. 그것을 표현하는 연기, 편집의 비현실성이 나를 힘들게 한다.

영화는 문명의 이기들이 발달하면서 환경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대기 시작한 1970년대 젊은이의 막막함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샤를은 근원을 알 수 없는 허무주의, 염세주의에 빠져 있다. 정치 집회도 바보 같은 것으로 보이고, 다큐멘터리처럼 처참하고 심각하게 제시된 환경 문제는 세상을 더욱 염세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종교도 마찬가지로 부질없는 외침처럼 보일 뿐이다. 사랑? 4각관계 비슷한 설정으로 사랑 문제가 흘러가는데 여기서도 방향이 맞지 않는 사랑은 그를 긍정적으로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자살한다. 친구에게 총을 쏴달라고 해서. 듣자 하니 주인공의 자살하는 장면 때문에 자살을 충동한다고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내용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지나치게 부정적이다 는 생각을 지울 순 없지만 그래도 70년대에 걱정했던 상황이 지금까지 걱정 사항으로 남아 있으니 뭐라 할 말은 없다. 더구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되었다고 하지 않은가?

감독이 하고픈 말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세상이 이렇게 나쁜 쪽으로 흘러가고 있고 인간이 힘들어하게 만든 상황은 ‘아마도 악마가 Le diable probablement’ 했으리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악마가 아니라 신이 부재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왜 감독은 모든 배우들의 움직임을 느리게 가져갔을까? 실제 영화 속 모든 배우들은 정상 속도의 3분의 2 정도되는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대사 또한 연극적이거나 감정 없이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것이 영화 속 염세주의를 강화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감상자와 영화의 간극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냄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편집 또한 작위적인 부분이 종종 보인다. 예를 들면 샤를이 경찰서에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이 그를 구타하는 장면의 클로즈 업을 보라. 주인공의 느린 동작과 함께 모든 것이 아마추어처럼 보인다. 그래서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하면서도 나는 영화를 좋게 보지 못하겠다. 메시지만 생각하면 그냥 건조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만이지 않은가? 조금은 더 세련미가 필요했던 영화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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