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y Sings The Blues – Sidney J. Furie (Paramount 1972)

빌리 할리데이의 삶은 매우 극적이었다. 그것도 비극. 영화계에서 그녀의 삶을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구를 느꼈을 법하다. 그 결과물이 1972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다. 빌리 할리데이의 역할은 다이아나 로스가 맡았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빌리 할리데이의 삶은 영화에 어울리는 삶이 아니었음을 느꼈다.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더 어울릴 것 같다. 30부작 드라마 같은, 방송사들이 매년 창자 *주년 하면서 만드는 그런 특집 드라마 말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영화가 빌리 할리데이의 삶을 제대로 닮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독의 의도인지는 몰라도 이 영화의 내용이 빌리 할리데이의 자서전에 기초하고 있으면서도 그 결과는 픽션이 더 가깝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녀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순탄하지 못했다. 특히 그녀의 첫 남편 루이스 맥케이는 그렇게 그녀를 보호해주는 신사가 아니었다. 그녀를 이용하기만 했던 음흉한 사람이었다. 아무리 상상이라도 실명을 써가면서 이렇게 내용을 바꾼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그 외에 영화는 카네기홀 공연 실황으로 정점을 찍으며 마감하는데-이후 그녀의 몰락과 죽음은 신문 기사의 오버랩으로 처리되었다-이 경우 인간 승리의 드라마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려졌다시피 빌리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한편 사실을 다룸에 있어서도 상당히 표면적이다. 특히 남부 순회 공연 도중 백인에 의해 죽임을 당한 흑인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심한 트라우마에 빠지게 되는 것은 ‘Strange Fruit’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는 했지만 그 고통의 깊이를 표현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Strange Fruit’은 영화에서 그리 중요하게 부각되지도 않았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들이 상상이라고 하기엔 아쉽게 처리되었다. 그나마 루이스 맥케이를 제외하고 중요한 실제 인물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러한 아쉬운 상상이 감독이 빌리 할리데이의 삶이 최소한 영화와도 같았다면 덜 불행했으리라 믿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영화는 꿈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게 한다. 한편 다이아나 로스를 빌리 할리데이 역을 맡게 한 것은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결코 빌리 할리데이처럼 노래하지 않는다. 살짝 목소리를 가라 앉혀서 아래의 탁성과 울림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이아나 로스 특유의 부드러움을 넘어서지 않는 노래를 들려준다. 그렇기에 빌리 할리데이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몰입을 방해한다. 게다가 다이아나 로스는 당시 28세였지만 외모는 이미 30대처럼 보였는데 그래서 15세의 소녀까지 커버한 것은 정말 어색한 선택이었다.

결국 내용과 연기, 연출이 사실과 상상 사이에서 무너져 내렸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몰입할 수 없었다. 그냥 빌리 할리데이 같은 다른 가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분에 오르고-수상은 없었다- 칸느 영화제에도 비경쟁 부분에 출품되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앨범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 이 영화를 보면서 확실히 느낀 것인데 1972년의 다이아나 로스는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을 생각하게 한다. 마이클 잭슨이 다이아나 로스를 모범으로 성형을 했다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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