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를 보았다. 토요일 오후에 시작되어 일요일 아침에 끝을 맺는 엇갈린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볼 때마다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이것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미장센의 훌륭함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는 타베르니에를 볼 때마다 폐쇄공포를 간접으로나마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은 그저 엘리베이터에 하룻밤을 갇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세상으로부터 완벽히 한 사람을 격리시키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즉, 타베르니에(모리스 로네)는 아무에도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플로랑스 카랄라(쟌 모로)는 그토록 그와 함께 했던 지난 시절의 장소를 찾아 밤을 헤맸던 것이다. 부재를 찾아 헤매는 여인과 알리바이를 상실한 남자의 엇갈린 운명.
널리 알려졌다시피 마일스 데이비스가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다. 그는 프랑스를 좋아했다. 그래서 루이 말로부터 영화음악 제의를 받았을 때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를 충분히 볼 시간도 음악을 준비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루이 말이 음악이 필요한 장면만을 정리해 보여주자 이를 기반으로 간단한 테마를 만들어 당시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던 케니 클라크를 비롯하여 바니 윌랑, 르네 위트레제, 피에르 미슐로 등과 함께 즉흥적으로 연주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앨범이나 영화를 보기 전에 마일스 데이비스가 혼자서 연주했다고 생각했었다. 당시 마일스 데이비스는 존 콜트레인의 마약 문제로 인해 퀸텟을 해체하려는 때였다. 그래서 솔로로 생각한 것인데 실제는 퀸텟이었음을 알고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마일스의 음악도 음악이지만 나는 음악이 영화에 잘 어울렸던 것은 루이 말이 마일스만큼이나 침묵과 여백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후시 녹음의 이점을 살렸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루이 말은 음악이 필요한 부분을 아는 만큼 음악은 물론 아무런 소리가 필요 없는 부분을 잘 알았다. 그래서 무성 영화처럼 인물의 행동만 담담히 보여주는 장면을 종종 사용했다. 그것이 음악과 대비효과를 일으키며 상보적인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아! 며칠 전 <Les Valseuses>를 볼 때도 느낀 것이지만 쟌 모로는 정말 아름답다. 예쁘다가 아니라 아름답다. 특히 나른한 듯한 분위기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