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보았던 <바보들의 행진>이 70년대 청춘의 경쾌하고 낭만적인 외면과 우울한 내면을 그렸다면 <맹물로 가는 자동차>는 지금의 청춘 영화라 해도 좋을 만큼 청춘의 낭만을 코믹하게 그린다. 무엇보다 세 명의 여대생과 세 명의 남대생이 골목 사이에 마주보고 살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현대적이다. 게다가 부모 세대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이 대학생들은 가수 지망생, 작가 지망생, 체대생, 미대생, 과학도 등으로 대학생활의 낭만을 그리기에 적합한 개성을 종합하고 있다. 여기에 남자들은 창고 같은 데서 야전침대를 놓고 공동 생활을 하며 여대생들은 화려한 단독 주택에 각방을 사용하는 대조적인 환경이 상황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 청춘 영화가 유쾌한 것은 대놓고는 아니지만-지금 생각하면 유쾌하지만 아주 웃기지는 않았던 길창덕, 이정문류의 만화 같다고 할까?- 코미디 영화를 어느 정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삼룡이 돈 많은 사장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반면 유한마담으로 나오는 30대의 사미자는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응하기 어려웠다. 아무튼 코미디적인 면을 강조하다 보니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었는데 이는 나름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여섯 남녀가 각기 연결되는 계기를 자세히 보여주지 않은 것은 좀 아쉽다. 하지만 웃으면서 볼 수 있기엔 좋은 영화임에 분명하다.
청춘 영화답게 캐스팅 또한 시대의 스타들이 대거 나온다. 지금은 비운의 이미지로 남은 오수미를 비롯하여 신일룡, 신영일의 미남 배우에 가수로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장미화, 김세환 등이 나온다. 그 가운데 장미화와 김세환의 카페 공연 장면은 70년대 음악의 매력은 물론 당시의 낭만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왜 맹물로 가는 자동차냐고? 70년대 당시의 고유가 상황이 낳은 생각이 아닌가 싶은데 세 남자 중 한 명인 원대가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연구하고 이를 성공한 듯한 착각으로 영화가 마무리 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제목은 ‘세 남자 세 여자’가 더 어울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