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북극의 연인들>로 소개된 영화. 이 영화를 나는 이아립을 통해 알았다. 그녀가 싱글로 발표했던 ‘북극성’이라는 노래가 이 영화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띠었는데 그로 인해 영화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노래를 들으며 나는 <북극의 연인들>이 북극의 하얀 설경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나 이글루를 짓고 사는 연인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영화는 스페인을 주 무대로 그려진다. 어린 시절 첫눈에 서로에게 반한 남녀의 엇갈린 사랑이 그 남자의 시선, 그 여자의 시선을 오가며 차분하게 그려진다. 북극? 물론 후반부에 나온다. 핀란드의 극권에 위치한 작은 집에서 연인들의 마지막이 그려지는데 여기서도 하얀 설경은 나오지 않는다.
사실 영화의 내용이나 전개는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유럽 영화 특유의 조용히 흘러감을 보여줄 뿐이다. 서로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또 사랑하는 장면들도 우리네처럼 감정이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운명을 생각하게 한다. 그냥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헤어진 채로 살던 연인들이 결국에 (비극적으로)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 자체가 운명적인 것이 아니던가? 남주인공 오토의 이름에 얽힌 인연이 다시 현실에 작용하는 것도 필연적 우연이다. 물론 여기에는 늘 서로를 잊지 말고 그리워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긴 한다.
내용은 다소 진부할지 몰라도 그것을 풀어나가는 감독의 방식은 재미있다. 같은 사항을 두고 오토와 안나의 입장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결국 안나의 눈 속에 오토가 들어오는 것으로 하나된 결말을 내는 방식은 다분히 소설적이지만 영상적으로도 설득력이 있다. 엇갈린 만남, 사랑을 안타깝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