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청춘을 대표하는 영화. 이런 저런 기회로 이전에 두 번 정도 보았던 것 같은데 그 땐 모두 스쳐가듯 봐서 몇 장면만 기억에 남았을 뿐이다. 이번이 처음으로 제대로 본 듯.
내가 70년대에 알 수 없는 향수를 느끼는 것은 그 당시 청춘의 우울, 패배적 무력감 뒤에 있는 낭만 때문인 것 같다. 물론 70년대를 살 때 내가 이를 느꼈던 것은 아니다. 80년대, 90년대, 2000년대를 사는 중에 빛 바랜 청춘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아무튼 이 영화에는 장발 단속, 생맥주, 막걸리 문화, 포크 음악, 시위로 대표되는 70년대 대학 문화를 그대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의 답답함도 함께 그린다. 그렇다고 우울한 분위기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이후 나올 여러 청춘 영화의 전형으로 평가 받았을 정도로 영화는 상당히 경쾌한 리듬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지금으로 보아서는 상당히 순수한 분위기를 띈다. 병태가 군대에 갈 때 영자와 열차에서 키스를 나누는 마지막 장면이 명장면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순진한 분위기 때문이었던 듯.
영화는 개봉 당시 여러 부분이 검열로 수정 삭제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는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학생들 대다수가 강의실을 나가는 장면이 원래는 시위 참여를 위해 나가는 장면이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변환이 가능했던 것은 후시녹음 때문이었다.) 그리소 영화 곳곳에는 ‘고래사냥’, ‘왜 불러’등 송창식의 노래가 흐르는데 이들 곡도 후에 금지곡이 되었었다.
영화는 영자 역의 이영옥을 제외하고는 실제 대학생들을 캐스팅 했다고 한다. (실제 타이틀에는 출연자의 출신대학이 병기되어 나온다.) 원작인 최인호 소설에서는 없었던 영철 역의 ‘하재영’이 이 영화로 배우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 반면 주인공격인 병태 역의 윤문섭은 그냥 이 영화로 더 욕심을 내지 않았던 듯. 아무튼 풋풋한 대학생들이 나와서 그런가 전문배우인 이영옥의 연기가 상당히 돋보인다.
* 내게 이 영화는 70년대 청춘을 보는 재미 이전에 당시의 서울 풍경을 확인하게 해주기에 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