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수 – 최무룡 감독 (대한연합영화사 1967)

역시 EBS에서 본 영화다. 김지미, 남궁원이 주연 했고 배우로 알려진 최무룡이 감독했다. 알고 보니 그는 연기만큼이나 영화 제작에도 활발한 활동을 했었다.

이 영화는 비비안 리와 로버트 테일러가 주연했던 머빈 르로이 감독의 1940년 영화 <애수 Waterloo Bridge>의 리메이크 영화이다. 그래서 전반적인 서사의 흐름은 원작을 따르고 있다. 심지어 주인공 이름도 마이라 레스터를 따서 마이라로 로이 쿠로닌을 따서 구로인으로 나온다. 지금도 특이할 수 있는 이름이 이리 사용되었다니 신기하다. 또한 전시 상황도 6.25로 바뀌었고 무희였던 여주인공의 직접도 간호사로 바뀌었다. 그렇게 직업을 바꾸면서 그 안에 유교적인 시각을 넣었다. 그래서 구로인의 큰 아버지가 직업이 천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이라가 구로인을 떠나는 것도 원작과 마찬가지로 육체적으로 더럽혀진 사랑 때문이기는 하지만 구로인 집안의 전통을 접하며 느끼는 죄책감이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한편 이야기를 한국 상황에 맞추어 옮기기는 했지만 어색한 부분도 있다. 원작의 무대인 1차대전은 전쟁 지역과 그렇지 않은 안전 지역이 어느 정도 구분이 되었지만 6.25는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영화 속 내용은 부산까지 한국군이 밀린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주인공이 만나는 진주지역은 전쟁의 포화를 맞지 않은 것처럼 나온다. 기차도 자유로이 다니고 심지어 서울도 갈 수 있다. 또한 구로인의 집의 서양식 구조는 그렇다 해도 서양식 가든 파티를 하는 상황-교묘히 감추었지만 실제 소품은 양주 병 몇 병과 음료수 잔 몇 개가 고작이었다-, 여기에 참석한 마을 사람들의 옷차림 등은 전쟁시기와는 다른 차원을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서사를 비교적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그리고 원작처럼 마이라의 죽음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마무리한 것도 좋게 보인다.

아! 김지미가 예쁜지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느꼈다. 영화에서 23세로 나오는데 실제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름다움보다 청초한 느낌이 매력적이다. 오늘로 치면 걸 그룹 멤버 중 하나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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