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Upon A Time In The West – Sergio Leone (Paramount 1968)

오후, 일상, 침묵, 음악의 긴장을 주제로 에세이 하나를 쓰는 중 과거의 기억을 확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것은 영화의 초반 10분. 대사도 거의 없으며 음악 또한 나오지 않는, 그래서 기차소리, 바람소리, 파리가 날아다니는 소리 등 일상의 소리들이 강조되면서 영화의 긴장을 만들어내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앞의 10분만 보고 그만 보려고 하다가 내친김에 끝까지 보았다.

내가 오후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이 서부-마카로니 웨스턴-영화를 떠올린 것은 대부분의 서부 영화들이 밤 장면이 거의 없다는 것, 밤은 낮의 긴장을 위한 휴식으로 설정한 것인지 아무튼 총질이 없다. 또 물이 부족한 지역이 무대라서 그런지 배우들은 늘 땀에 절어 있다. 이 영화의 경우 여 주인공 ‘질’은 풍요한 도시 출신-뉴 올리언즈-답게 목욕을 하고 싶은 욕구를 종종 드러낸다. 이런 것들이 뜨거운 여름 오후의 이미지와 연관 지으며 내 기억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대략 들었던 생각들. 먼저 영화는 ‘서부의 과거 한 때’를 그린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서부가 사라지기 직전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철도의 건설이 가장 큰 이유인데 그래서 승합 마차를 운영하는 마부가 한탄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감옥으로 호송 중에 탈출한 영화의 주요인물 샤이엔이 다녀간 후임에도 술집 주인이 도시보다는 이런 한적한 시골 생활이 좋다고 말하는 것도 어떤 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듯. 그리고 철로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모튼이 병으로 인해 몸이 부자유하고 그래서 철로로 그가 바라는 바다로 가려는 것도 유사한 상징적인 효과를 낸다.

한편 개봉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던 사실이지만 헨리 폰다가 악역을 한 것도 흥미롭다. 과거를 떠 올리면 신기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확실히 연기 잘하는 배우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또한 잘스 브론슨의 연기 또한 남성적인 허세, 의리 등이 배어 있는 하모니카라 불리는 무명씨 주인공의 캐릭터에 잘 녹아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 악인처럼 등장해서 후에는 하모니카의 친구가 되는 샤이엔 역의 제이슨 로바르드의 역할도 적절한 듯. 이 세 사람이 만드는 대립 구조를 보면 이 영화 또한 전작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의 구도를 다시 가져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다시 영화 음악을 이야기하면 엔리오 모리코네는 이 영화에 질의 테마를 비롯한 몇 인상적인 곡들을 제공했다. 그러나 영화 초반의 침묵의 10분이 그의 아이디어라는 것은 그가 음악에 침묵을 상정했음을 생각하게 한다. 모든 것을 아름답고 낭만적이게 만드는 음악을 빼면 일상의 무료하고 피할 수 없는 긴장이 그대로 드러남을 그는 이해했던 것일까? 그래서 하모니카는 말 대신 하모니카를 불었던 것일까? 아무튼 서부 영화의 공간에서 보통은 무료할 수 있는 일상이 사실은 긴장된 것임을 생각하게 해주는 아주 효과적인 ‘음악’ 작업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바로 이점에 나의 에세이와 연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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