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 쿠반 재즈에 연주적 개성을 칵테일한 시원한 사운드
모히토 리코는 김현준(퍼커션), 황이현(기타), 배장은(피아노), 김일곤(베이스), 최동하(드럼)으로 이루어진 아프로 쿠반 재즈 밴드다. 그리고 ‘모히토 리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칵테일인 ‘Mojito’와 풍부함을 의미하는 형용사‘Rico’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멋스러운 맛이 짙은 모히토 칵테일’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앨범 표지에 보이는 칵테일이 바로 그 모히토 칵테일이다. 칵테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모히토는 쿠바에서 만들어졌다. 럼, 라임, 민트, 설탕, 소다수로 만들어진 이 칵테일은 향과 맛에서 아주 깔끔하고 상쾌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히 1939년부터 삶을 마감하기 직전인 1960년까지 쿠바의 아바나에 정착하여 글을 썼던 소설가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모히토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어쩌면 시원하고 민트 특유의 쌉싸름한 맛을 음미하며 <노인과 바다>같은 명작을 구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섯 멤버들이 함께 모이면서 모히토 리코로 그룹 이름을 정한 데에는 무엇보다 모히토 칵테일처럼 상큼하고 시원한 아프로 쿠반 재즈-그것도 깊이가 있는-을 하겠다는 의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 앨범에 담긴 8곡은 쿠바의 여러 화려한 리듬과 열정적인 연주로 이국적인 공간으로 감상자를 안내한다. 그런데 그룹은 단지 아프로 쿠반 재즈를 충실히 재현하는 데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 모히토가 여러 재료들을 섞어 만드는 칵테일이듯이 다섯 멤버들은 기존 아프로 쿠반 재즈에 자신들만의 음악적 개성을 불어넣었다. 이것은 아프로 쿠반 재즈 자체가 이미 혼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여기에 다시 모히토 리코는 재즈의 한 사조로서의 퓨전-재즈와 록이 만나 만들어진- 재즈적인 특성을 결합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래서 아프로 쿠반 재즈이면서도 앨범에 담긴 음악적 공간은 꼭 쿠바에 머무르지 않는다. 서울처럼 보다 첨단의 도시적인 맛이 강하다.
이러한 색다른 질감은 아무래도 황이현이 어쿠스틱 기타보다 뜨거운 일렉트릭 기타를 더 많아 연주하는 것에서 발생하지 않나 싶다. 실제 그의 기타 솔로들은 라틴적 공간을 벗어난다. 또한 김일곤의 베이스나 최동하의 드럼 연주도 꼭 라틴적인 리듬만을 타지 않는다. 라틴적인 색채를 책임진 김현준의 타악기 연주와 호흡하면서도 그 너머를 바라보곤 한다. 사실 악기 구성만으로 보면 이 밴드는 기타나 피아노가 이끄는 쿼텟에 타악기가 가미된, 그래서 아프로 쿠반 재즈를 연주하기에는 소편성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배장은을 제외한 나머지 네 멤버가 라틴 재즈와 살사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코바나’의 전, 현 멤버라는 점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20여명으로 구성된 대편성 그룹에서 연주하면서 보다 개인적인 역량을 드러내고픈 욕망이 강하게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아프로 쿠반적인 정서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자유로운 솔로를 펼칠 수 있는 소편성 밴드를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실제 앨범 타이틀 곡인 ‘Mojito Rico’만 해도 아프로 쿠반 재즈의 싱그러운 리듬 속에 멤버 전원의 자유로운 솔로 연주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 밖에 캐리비언 재즈 프로젝트의 데이브 사무엘스가 작곡한 ‘Rain Forest’에서는 푸에르토리코의 봄바 리듬이 흐르지만 전체적 분위기는 게리 버튼이 팻 메스니 등과 함께 했던 ‘Like Minds’를 연상시킨다. 타악기 연주자 레이 바레토가 전설적인 타악기 연주자 챠노 포조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Song For Chano’역시 부단하게 쿠바의 전통리듬이 기저에 흐르지만 기타를 비롯한 솔로 등은 그 이상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인다.
한편 배장은의 편곡으로 클래식 곡 두 곡을 연주된 것도 흥미롭다. 까미유 생상의 ‘Le Cygne 백조’와 에드바르트 그리그의 ‘Concerto A Minor’를 연주했는데 이 두 곡을 다섯 연주자들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꾸어 연주했다. 먼저‘Le Cygne’는 볼레로 리듬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배장은의 멜로디카 연주가 이탈리아적 서정-엔니오 모리코네 식의-까지 엿보게 한다. 이어 다섯 연주자들이 완벽한 하나가 되어 전진하고 상승하는 ‘Concerto A Minor’는 모차르트를 주제로 했던 배장은의 솔로 앨범 <Mozart>의 사운드를 연상 시킬 정도로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연주하는 즐거움이 중심이 되었고 기존 아프로 쿠반 재즈에 비해 퓨전 재즈적인 질감, 도시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해서 모히토 리코의 연주가 편하게 듣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칵테일 ‘모히토’가 가벼이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이듯이 그룹 모히토 리코의 음악 또한 편하다. 열정과 긴장만큼이나 낭만과 흥겨움 또한 강하다.‘Cuando yo Estaba Contigo’가 그 좋은 예가 아닐까 싶은데 이 곡은 화려한 축제를 멀리하고 달콤한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연인을 볼레로 리듬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밖에 ‘Maleco’같은 곡은 축제의 흥겨움, 함께 하는 즐거움을 맘보 리듬을 통해 멋지게 표현한다. 이처럼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히토 리코의 음악은 아프로 쿠반 재즈의 매력을 충실히 보존하고 있다. 여러 재료들을 솜씨 좋게 혼합한 칵테일 가운데 쿠바인들이 즐겨 마신다는 모히토가 아니던가? 그것도 멋스러운 맛이 짙은 모히토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