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코즈는 스무드 재즈/컨템포러리 재즈를 대표하는 색소폰 연주자이다. 1990년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앨범 <Dave Koz>로 등장한 이후 그는 발표하는 앨범마다 커다란 성공을 거두며 정상급 스무드 재즈 색소폰 연주자로 사랑을 받아왔다. 그가 크리스마스 앨범을 석장이나 녹음했다는 것이 이를 말한다. 알다시피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추석이나 설날처럼 서양인들에게는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겨운 시간을 보내는 중요한 날-기간이다. 따라서 그 자리를 위한 편안한 배경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은 잘 알려진 유명 연주자나 보컬의 캐롤 앨범을 선택하곤 한다. 즉, 어지간한 인기가 아니면 성공을 거두기 힘든 것이 크리스마스 앨범인 것이다.
그런데 데이브 코즈는 1990년 이후 20년이 되도록 정상의 스무드 재즈 색소폰 연주자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정작 앨범은 그리 많이 녹음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 <Hello Tomorrow>가 10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니 2년에 한 장 꼴로 앨범을 녹음한 셈이다. 게다가 10장 가운데 석장이 크리스마스를 위한 기획 앨범이었으니 엄밀히 따지면 정규 앨범은 7장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그가 앨범을 녹음할 때마다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임을 말한다. 실제 그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단순히 멜로디가 돋보이는 연주 때문만은 아니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하여 쉽게 만든다는 스무드 재즈 전반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상관 없는 사운드, 세심하게 편곡하고 치밀한 호흡이 기반이 된 완성도 높은 사운드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의 앨범들은 편안한 일상의 배경 음악으로 들어도 좋지만 귀를 기울여 감상을 해도 만족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데이브 코즈의 이번 새 앨범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먼저 이 앨범이 2003년도 앨범 <Saxophonic>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창작 앨범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사이에 <At The Movies>와 <Memories of a Winter’s Night>이 자리잡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 두 앨범들은 영화 주제곡이나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했거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기획적인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모처럼 데이브 코즈의 연주력뿐만 아니라 특유의 도시적인 섬세함이 돋보이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20년간 활동했던 캐피톨 레이블을 떠나 콩코드 레이블로 이적하여 녹음한 첫 앨범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그가 이적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여기에는 그의 음악적 고민 외에 재즈 음반 시장, 제작 환경의 재편 등 그의 의지와 상관 없는 외적인 요인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실제 그는 이번 앨범의 제작 동기로 실직, 경제 위기, 이혼 등이 사람들의 삶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현 미국 사회의 상황을 언급한다. 하지만 현명하게도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브 코즈의 이번 앨범은 그에게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와 단절을 하고 전혀 다른 자신의 음악을 추구한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번 앨범에 담긴 13곡 모두는 그의 초기 음악의 연장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여러 변화를 요구하는 2010년을 반영한 새로운 데이브 코즈의 음악이기도 하다. 이것은 무엇보다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한결 차분하고 여유로워졌다는 것에서부터 감지된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톤은 여전하지만 곡 전체를 이끄는 분위기는 도시의 강렬하고 화려한 낭만에서 희망과 낙관의 정서로 옮겨졌다. 20,30대의 열정이 40대의 성숙으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실제 앨범 수록 곡들을 보면 ‘Anything’s Possible’, ‘There’s A Better Way’, ‘Start All Over Again’, ‘Think Big’등 긍정적인 주제의 제목들이 대거 눈에 띈다. 아니 무엇보다 앨범 타이틀이 ‘Hello Tomorrow’가 아니던가?
물론 사운드도 마찬가지. 밝고 산뜻함을 중심으로 경쾌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앨범을 지배한다. 특히 데이브 코즈 1인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게스트들을 부르고 그들의 매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것은 이번 앨범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첫 곡 ‘Put Up The Top’는 리 릿나워가 리드기타를 연주하고 레이 파커 주니어가 마커스 밀러의 베이스와 함께 감칠 맛나는 리듬 기타를 연주하며 데이브 코즈의 알토 색소폰과 함께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만약 단순히 데이브 코즈만의 솔로로 채워졌다면 그 흥겨움은 덜했을 것이다. 이러한 그룹 연주의 강조는 트럼펫 연주자 크리스티안 스콧이 참여한 ‘Think Big’에서도 느껴진다. 앨범의 두 번째 곡‘When Will I Know For Sure’는 보니 제임스의 테너 색소폰과 데이브 코즈의 소프라노 색소폰간의 주고받음-트레이딩-이 매력이다. 전통적인 비밥과는 차이가 있는, 어느 정도 계산된 주고받음이지만 서로를 지원하고 대화하는 두 연주자의 긴밀한 조화가 곡 자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쉴라 E가 연주한 캐리비안 리듬이 화사한 해변을 상상하게 하는 ‘Gateway’에서는 조나단 버틀러의 코러스(와 기타)가 멜로디를 연주하는 데이브 코즈의 색소폰을 하나의 보컬처럼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이어지는 ‘This Guy’s In Love With You’에서 데이브 코즈는 원곡의 주인공이었던 허브 앨퍼트의 트럼펫 연주를 배경으로 아예 노래를 직접 했다. 전문 보컬과는 거리가 있지만 색소폰과는 다른 풋풋함을 느끼게 해준다. 한편 켑 모가 보컬과 기타를 담당한 ‘There’s A Better Way’는 스무드 재즈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블루스적인 면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확실히 이런 부분은 이번 앨범만의 새로운 변화다. 한편 ‘Put The Top Down’에서도 그랬지만 제프 로버가 존재감을 드러낸‘Anything’s Possible’과 ‘Remember Where You Come From’에서는 데이브 코즈를 지원하는 4인조 브라스 섹션이 곡의 균형을 맞춘다.
이처럼 이번 앨범을 지배하는 밝고 긍정적인 사운드는 여러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사운드 또한 그 혼자만이 아니라 제작을 담당한 존 버크와 마커스 밀러와의 긴밀한 협조에 의해 이루어졌다. 특히 마커스 밀러는 탁월한 연주자이지만 마일스 데이비스를 비롯하여 다른 연주자들의 앨범 제작에서 더 큰 능력을 드러내곤 하는데 데이브 코즈의 이번 앨범에서도 제작자로서의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이브 코즈는 이번 앨범을 ‘Musical Survival Guide’로 정의한다. 즉, 이 어려운 세상을 비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음악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가 음악으로 말하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생존하는 방법’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삶을 나누고 즐기는 것에 있다. 내 삶의 희망은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 있다는 것이다.
예술이 현실을 반영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주의적 예술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실감하고 직접 뛰어들게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현실을 어두움을 너무나 실감했을 때는 현실을 정확한 묘사를 뛰어 넘어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땐 현실을 뛰어 넘는 상상력을 담은 예술이 필요하다. 데이브 코즈의 이번 앨범이 그렇다. 그는 힘들고 어지러운 오늘을 버거워하지 말고 새로운 희망,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음악을 들려준다. 이것이 바로 2010년 현재 데이브 코즈의 새로운 삶, 새로운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