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Vaccination: Live – Tower Of Power (Sony 1999)

펑크 음악의 산 역사 Tower Of Power의 30주년 기념 공연 실황

펑크 뮤직을 대표하는 밴드 Tower Of Power

뜨거운 햇살처럼 작렬하는 브라스 섹션, 고무처럼 탄력 있는 베이스, 간지러운 듯 코드를 긁어대는 기타 등이 만들어 내는 흥겨운 그루브, 간단 명료한 구조로 진행되다가 자기 흥을 이기지 못하고 확장되는 솔로 연주, 귀에 쏙 들어오는 점성질 강한 멜로디, 그 멜로디를 목이 터질 듯이 노래하는 보컬. 이 모든 것들은 펑크 뮤직의 외양을 설명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요소들이다. 이 펑크 뮤직은 제임스 브라운과 Sly & The Family Stone 등에 의해 기초가 만들어진 이후 많은 스타 밴드를 만들어 내며 꾸준한 사랑을 받는 대중 음악의 한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Earth Wind & Fire, Kool & The Gang, Zapp, Funkadelic, Parliament, Average White Band 등이 펑크 뮤직의 역사를 지속시킨 그 스타 밴드라 할 수 있겠다. 그 가운데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 <Soul Vaccinations: Live>의 주인공 Tower Of Power(이하 TOP)도 포함된다.

TOP는 1968년 캘리포니아 오크랜드에서 결성되었다. 당시 TOP의 리더이자 테너 색소폰과 보컬을 맡고 있는 에밀리오 카스틸로는 60년대를 휩쓸었던 소울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모타운즈라는 그룹을 이끌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리톤 색소폰 연주자 스테픈 독 쿱카를 만나 그를 그룹에 포함시키면서 그룹 이름을 TOP로 바꾸고 펑크 뮤직을 연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펑크 뮤직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무엇보다 대편성이 주는 강렬하고 화려한 사운드에 그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특히 에밀리오 카스틸로와 스테픈 독 쿱카를 중심으로 한 색소폰 섹션과 그렉 아담스 등이 거쳐간 트럼펫 섹션이 어우러진 사운드는 TOP를 대표한다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그래서 Elton John, Santana, Bonnie Raitt, Huey Lewis, Paula Abdul, Aaron Neville, Aerosmith, Michael Bolton, David Sanborn, Rod Stewart, Toto 등 재즈, 록, 팝 등 다양한 장르에서 최고라 평가 받는 연주자와 보컬들이 TOP의 사운드에 매료되어 이들을 세션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공연 중심의 활동

그런데 세계적인 인기에 비해 TOP의 인기는 국내에서 생각만큼 크지는 않은 것 같다. 골수 펑크 뮤직 애호가들이야 당연히 이들의 음악을 즐기고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Earth Wind & Fire나 Kool & The Gang, 혹은 Average White Band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이들이 스튜디오 앨범 활동보다 공연 활동을 더욱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 이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40년의 꾸준한 활동에 비해 정규 앨범의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1970년 빌 그래이엄의 샌프란시스코 사운드 레이블과 계약하고 첫 앨범 <East Bay Grease>를 녹음한 이후 70년대까지는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그 이후에는 앨범 활동이 그다지 규칙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특히 80년대에는 거의 앨범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앨범으로만 이들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그룹의 이미지보다 펑크 뮤직의 역사를 장식한 노장 그룹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자리잡게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TOP는 앨범 활동은 그다지 꾸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늘 세계 곳곳을 다니며 공연을 해왔다. 그리고 공연마다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왔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임을 몸소 실천해왔다고나 할까? 그래서 공연계에서는 TOP의 공연을 꼭 보아야 할 ‘Must-See’의 하나로 손꼽곤 한다.

TOP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결성 30주년 기념 공연 실황

앨범 <Soul Vaccinations>는 직접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TOP의 공연이 어떤 흥분과 감동을 담고 있는지 확인하게 해주는 공연 실황 앨범이다. 앨범은 1998년 10월 8일 캘리포니아 스톡톤의 폭스 극장 공연과 10월 10일 샌프란시스코의 필모어 극장 공연, 이렇게 두 공연을 정리하여 담고 있다. 그런데 이 공연들 모두 TOP의 결성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공연이었기에 더욱 흥미를 끈다. 그리고 실제 30주년 기념 공연이었던 만큼 TOP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싶을 정도로 내용이 매우 알차다. TOP의 역사를 이끈 에밀리오 카스틸로와 스테픈 독 쿱카가 이끄는 5인조 브라스 섹션은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화려한 빛을 발하고 있으며 시종일관 춤추듯 몸을 격렬히 움직였으리라 생각되는 브렌트 카터의 소울풀한 노래 또한 관객을 압도한다. 그리고 TOP의 첫 번째 드럼 연주자였다가 이번 공연에서 다시 복귀한 데이비드 가리발디와 베이스 연주자 프란시스 로코 프레스티아, 기타 연주자 제프 테임리어가 만들어 내는 그루브는 관객을 자리에 머무를 수 없게 한다.

이들이 연주한 곡들 또한 TOP의 역사를 그대로 드러낸다. ‘What’s Hip’, ‘Soul Vaccinations’, ‘Down To The Night Club’, ‘So Very Hard to Go’, ‘You Got To Funkifize’등 TOP를 대표적인 펑크 밴드로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던 1970년대의 히트곡은 물론 90년대 이후 TOP의 음악을 대표하고 있는 ‘Soul With A Capital ‘S’’, ‘So I Got To Groove’ 까지 시대를 망라한 그룹의 주요 인기곡들이 고르게 연주되었다. 한편 ‘Diggin’ On James Brown’은 TOP의 음악이 소울과 펑크 음악의 황제 제임스 브라운에 근원을 두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밝히는 곡이라 흥미롭다. 실제 리드 보컬 브렌트 카터의 창법은 제임스 브라운과 차이가 있지만 열정적 분위기만큼은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노래했던 제임스 브라운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앨범의 모든 곡들은 관객과 함께 하고 관객을 열광하게 하는 TOP의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래도 TOP를 대표하는 곡 가운데 하나로 관객들이 다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호응하는 ‘What Is Hip’과 소울의 느낌이 강한 열정적 발라드 곡‘So Very Hard To Go’, 앙코르 곡으로 연주되어 관객과 TOP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는‘So I Got to Groove’에 이르는 앨범 후반부의 세 곡이야 말로 공연의 참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핵심이 아닐까 추천한다.

다시 말하지만 TOP의 음악은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앨범보다 공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관객과 소통하면서 현장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다시 순간적으로 열정으로 그 에너지를 분출하는 연주야말로 TOP의 펑크 뮤직을 이루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들의 공연을 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TOP의 가장 뜨거운 순간을 담은 이 앨범이야 말로 TOP의 진정한 미칠듯한 흥겨움을 느낄 수 있는 최선의 차선이 아닐까 싶다. 아! 마침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TOP의 내한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이 앨범은 공연 관람 전에 TOP의 히트곡과 그 분위기를 미리 맛보는 준비 도구로써, 아니면 공연 관람 후 뜨거운 여운을 되살리는 매개물로써 좋은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2 COMMENTS

  1. 오우~ 주말동안 계속 듣게 될 것 같은 이 흥겨움..^^
    기분전환.. 확실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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