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햇살이 좋았던 2월의 마지막 날, 전도연 하정우 주연의 이 영화를 보다. 글쎄 잔잔하다면 잔잔할 수 있는 영화,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그래서 평범하고 심심하기까지 한 영화였다. 또 그 점이 나름 매력이었다.
헤어진 지 1년이 지난 후 꾸어준 돈을 받겠다고 나타난 여자. 그리고 그 돈을 능청스럽게 알고 있는 여인들과 인맥들에게 돈을 꾸어 갚으려 하는 남자. 이 남자와 여자의 하루가 이 영화의 줄거리다. 글쎄,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정확하게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시간은 아픔을 순화한다’라는 흔한 경구를 떠올렸다.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여자는 남자의 대책 없이 낙천적인 성격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 그녀는 다시 한번 그런 남자의 모습에 짜증을 내면서도 결국엔 그를 이해하게 된다. 마치 이혼 전 숙려 기간처럼 1년이 지나자 그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두 사람이 연결되는 것으로 끝났다면 영화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삶의 많은 날 가운데 지나치는 하루로 끝났기 때문에, 즉 전도연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차를 돌리지 않고 가고 남자는 특유의 능청으로 어제와 같은 삶을 이어나가며 끝이 났기에 좋은 여운을 남길 수 있었다고 본다. 물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암시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이 왜 헤어졌으며 또 남자의 현재를 만든 사연의 구체적 정황을 알고 싶다는 마음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여자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식의 짠한 뒷이야기를 그리워했다는 것이다. 또한 여자는 왜 1년 뒤에 남자에게 돈을 받을 생각을 했을까?
한편 얼마 전에 들었던 영화 음악 앨범이 생각나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정작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더지 크지 않아 살짝 서운했다. 음악이 강조되면 정말 영화적이 되기 때문에 그랬을까?
그냥 햇살 좋은 날, 이런 영화를 보면 나른한 일상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좋았다.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