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gan’s Bluff – Don Siegel (Universal Pictures 1968)

어제 밤 EBS “세계의 명화”시간에 돈 시겔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Coogan’s Bluff>를 방송하더라. 우리 제목으로 “일망타진”이라고 했던데 조직이 아니라 범죄자 하나를 잡는 보안관 이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원 제목 Coogan’s Bluff는 나름 중의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뉴욕 맨하튼의 자치구청장 James P. Coogan의 이름을 딴, 메이저리그 뉴욕 자이언츠의 홈 구장이 있던 지명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맡은 이 영화의 주인공 쿠건이 자신의 관할인 아리조나로 범인, 링거맨을 빨리 데려가기 위해 범인이 입원한 형무소 병원에 거짓말(Bluff-트럼프에서 흔히 말하는 뻥카질)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거짓말로 영화의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된다.

사실 영화의 서사는 그렇게 훌륭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아주 액션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 시대에는 뛰어났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 보니 유명한 당구장에서 쿠건과 갱들의 일대 다수 싸움을 봐도 동작의 연결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그 때문에 거친 보안관 이미지가 강조된 느낌을 받았지만 이 역시 지금의 관점에서 본 인상일 뿐이다. 그리고 범인을 찾아 나서는 쿠건의 행로도 그다지 긴박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보다 다소 따분한 표정으로 왜 잡힐 것을 도망가냐 하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어찌 보면 여성을 유혹하는 것이 그에겐 더 중요한 듯하다. 물론 그렇게 해서 범인의 위치를 알아내긴 하지만. 하지만 이 영화에서 쿠건의 캐릭터는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 이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든 <더티 해리>시리즈의 원형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난 쿠건이 그리 거친지 잔인한지는 모르겠더라. 아무튼 이 영화를 통해 돈 시겔 감독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연이 시작되어 약 10년간 <더티 해리>시리즈를 함께 하게 되었다 하니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겐 중요한 영화가 되겠다.

어찌 보면 평범하게 보이는 이 영화를 내가 끝까지 보게 된 것은 68년이라는 상황을 생각하게 하는 필름의 컬러와 뉴욕 풍경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의 지방 도시보다 못한 건물의 높이, 상대적으로 넓은 도로, 생각보다 적은 인파 등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남산의 느낌이 나는 한 공원-검색해 보니 Cloisters Park란다-에서 바라본 뉴욕의 풍경, 저 넓은 어딘가에 범인이 도망쳐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뉴욕의 풍경은 의외로 화려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내게 제일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The Pigeon-Toed Orange Peel이라 불리는 나이트 클럽 장면이었다. 다소 투박하지만 총천연색의 느낌을 주는 이 클럽의 분위기는 지금으로 치면 테크노 레이브 파티가 열리는 클럽의 이미지를 풍기는데 마리화나를 돌려 피고 여인을 세워놓고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68년의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멋지게(?) 보여주었다. 랄로 쉬프린이 만들어 낸 환각적이고 프리한 분위기의 음악 또한 이 장면을 잘 살렸다.

그리고 범인 링거맨의 애인인 리니 레이븐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총천연색의 사이키델릭한 실내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팝 아트와 키치적인 성향이 가미된 장식들과 내부 구조였는데 68년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한편 이 영화에서는 두 명의 주요 여성 캐릭터가 나온다. 쿠건이 처음 유혹하는 갱생학을 연구하며 범죄자 갱생에 신경 쓰는 여경찰 줄리와 범인 링거맨의 애인인 리니 레이븐이 그 둘인데 그 가운데 리니 레이븐을 연기한 티샤 스털링의 깜찍한 외모가 인상적이었다. 지금으로 보면 그녀의 캐릭터는 팜므 파탈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그 정도의 느낌을 주는 배역은 아니었지만 영화 후에도 생각날 정도로 상당히 깜찍했다. 나이로 치면 어머니뻘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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