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메시니 트리오

  팻 메스니 하면 대부분의 감상자들은 그의 그룹(이하 PMG) 활동과 솔로 혹은 프로젝트 활동으로 그의 음악을 정리하곤 한다. 사실 이런 분류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프로젝트 활동 속에 포함되었을 그의 트리오 활동을 따로 구분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어느새 라이브 앨범을 포함한 6장의 트리오 앨범을 발표했으니 말이다. 물론 그 트리오 활동이 PMG 만큼 연속성과 정규성을 띄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팻 메스니의 첫 앨범이 트리오 편성으로 녹음된 것이었고 또 그가 녹음한 모든 트리오 앨범들이 인상적인 음악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따로 정리할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다.

팻 메스니의 첫 번째 트리오 앨범은 그의 리더로서의 데뷔 앨범이기도 한 <Bright Size Of Life>(ECM 1975)이었다. 베이스의 자코 파스토리우스, 드럼의 밥 모제스와 함께 한 이 앨범에서 그는 이후 전개될 자신의 음악의 모든 맹아를 펼쳐 보였다. 즉, 여행자적 동경의 정서, 목가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정서를 탄탄한 트리오 연주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트리오 특유의 현란한 상호연주를 들려주려 하기 보다 정교한 편곡과 이를 기반으로 한 그룹 연주에 더 집중하면서 이후 탄생될 PMG의 면모를 예견했다. (실제 두 번째 앨범부터는 그의 오랜 파트너가 될 키보드 연주자 라일 메이스가 참여하면서 그룹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팻 메스니의 두 번째 트리오 앨범은 <Rejoicin>(ECM 1984)이다. 이 앨범을 녹음할 즈음 그는 솔로 앨범과 PMG 앨범-특히 <Offlamp>(ECM 1982)-으로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획득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찰리 헤이든(베이스), 빌리 히긴즈(드럼)와 함께 녹음한 이 트리오 앨범은 팻 메스니에게 있어 일종의 여가 활동과도 같았다. 그래서일까? 오넷 콜맨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두 선배와 함께 한 만큼 오넷 콜맨의 곡을 세 곡이나 연주했는데 모두 산뜻하고 간결하게 연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앨범의 전체 내용이 느슨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이후 팻 메스니는 인터뷰를 통해 이 트리오 연주에서 찰리 헤이든의 입김이 워낙 강해 연주에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 번째 트리오 앨범 <Question & Answer>(Geffen 1990)는 트리오 연주의 충실도 측면에서 본다면 팻 메스니의 트리오 앨범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연주를 들려준다 하겠다. 이 앨범에서 그는 데이브 홀랜드(베이스), 로이 헤인즈(드럼)와 함께 하고 있는데 다른 어느 때보다 연주 자체가 주는 희열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 세 연주자가 숨쉴 틈 없이 부단하게 서로 경쟁하고 대화하는 상호연주는 그 자체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런데 팻 메스니는 이 트리오 녹음에서는 로이 헤인즈의 위세 때문에 맘 편하게 자신을 드러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팻 메스니는 네 번째 트리오 앨범 <Trio 99>00)(Warner 2000)을 녹음하면서 비로소 자신이 하고픈 트리오 연주를 할 수 있었다. 아마도 함께 한 베이스 연주자 래리 그르나디에와 드럼 연주자 빌 스튜어트가 자신보다 한 세대 젊은 연주자들이었기에 선배들과 했던 연주보다 마음이 편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이 앨범에서 그는 트리오가 이룬 삼각형의 꼭지점에 서서 기존 목가적인 분위기의 연주부터 밥에 기초한 직선적인 연주까지 다양한 색의 연주를 자유롭게 펼친다. 물론 트리오 자체의 탄탄한 호흡도 상당히 뛰어나다. 이처럼 맘 편한 연주를 펼칠 수 있었기에 팻 메스니는 이 트리오를 프로젝트가 아닌 정규 트리오처럼 여기고 한동안 많은 공연을 펼쳤다. 그래서 곧바로 라이브 앨범 <Trio Live>(Warner 2000)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처럼 네 번째 트리오 활동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일까? 이번에 발매된 다섯 번째 트리오 앨범인 <Day Trip>(Nonesuch 2008)은 네 번째 트리오를 모범으로 삼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것은 팻 메스니 개인적 향취가 강하게 드러나는 곡과 상호연주에 초점을 맞춘 직선적이고 뜨거운 연주가 적절히 안배되어 있는 구성, 그리고 팻 메스니의 공간 장악력이 크다는 점-이번 앨범에서는 더 커졌다- 등에서 느낄 수 있다. 한편 팻 메스니는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베이스), 안토니오 산체스(드럼)가 함께 한 이 트리오를 네 번째 트리오 활동을 마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결성했다. 그리고 앨범을 녹음하기 전에 이미 여러 해 동안 많은 공연 활동을 해왔다. 그러므로 이번 트리오 앨범은 워킹 밴드를 이끌고 녹음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트리오의 호흡이 상당히 매끄럽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