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vers The Dreamers & Me – Jane Monheit (Universal 2008)

한층 성숙해진 삶을 표현한 사운드

사람은 시간의 흐르고 나이를 먹음에 따라 성숙해진다. 성숙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어사전적인 정의를 내린다면 초목의 열매가 익고 생물이 완전히 자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절정의 단계, 그리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시기를 말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런 성숙은 대부분 실패와 성공을 포함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음악적으로 성숙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깨닫고 조금 더 개인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줄 아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제인 몬하이트는 현재 성숙의 단계를 지나고 있다. 이것은 이미 지난 해 발매한 앨범 <Surrender>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앨범을 통해 그녀는 스탠더드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다양한 곡들을 노래하며 자신이 단순히 노래 잘하는 가수에서 보다 종합적으로 음악을 생각하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녀의 음악적 성숙은 10년-벌써!- 이상의 활동을 통해 자연스레 축적된 것이리라. 하지만 일종의 질적 비약은 아무래도 삶의 변화가 아니었나 싶다. 자신의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릭 몬탈바노와 결혼하고 나이 또한 30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콩코드 레이블로 이적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번 앨범 <The Lovers & The Dreamers & Me>는 지난 앨범 <Surrender>를 한층 확장 발전시킨 성격을 지니며 삶과 음악에 있어서 제인 몬하이트의 성숙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말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앨범을 녹음할 당시 그녀의 삶에 또 다른 변화가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릭 몬탈바노와의 사이에서 2세를 출산한 것. 앨범의 연주자 구성을 보면 크게 두 밴드로 나뉘어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산 전에 그녀는 남편 릭 몬탈바노(드럼)에 마이클 캐넌(피아노), 닐 마이너(베이스)로 이루어진 트리오를 기본으로 프랑크 비놀라(기타), 시머스 블레이크(색소폰) 등을 게스트로 참여시켜 네 곡을 녹음했다. 그리고 출산 후에는 질 골드스타인(피아노), 스콧 콜리(베이스), 안토니오 산체스(드럼)으로 이루어진 트리오를 기본으로 로메로 루밤보, 피터 번스타인(기타), 스테폰 해리스(비브라폰) 등을 게스트로 참여 시켜 나머지 트랙을 녹음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 두 밴드가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매끄럽고 부드러운 제인 몬하이트의 미성에 어울리는, 미풍처럼 편안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하지만 각각의 밴드와 함께 녹음한 곡들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먼저 출산 전에 녹음한 곡들은 2세의 탄생을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I’m Glad There Is You’와 ‘Lucky To Be Me’는 제목 그대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가가 그녀에게 주는 행복을 그리고 있다. 실제 그녀는 배속에 있는 아이와 함께 이들 곡을 노래하면서 감성적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어쩌면 반대로 출산을 앞두고 있기에 이들 곡을 노래하지 않았나 싶다. 출산 후에도 그녀는 앨범의 마지막 곡 ‘Rainbow Connection’을 통해 새로운 탄생에 대한 경이를 노래했다. 그리고 앨범의 타이틀을 이 곡의 가사에서 가져왔다.

한편 앨범에는 새롭게 태어난 2세에 대한 사랑과 기쁨을 표현한 곡 외에 세상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노래도 포함되어 있다. 그녀가 새로 태어날 아가를 기다리고 그 심장 박동을 느낄 무렵 그녀의 첫 세 앨범을 제작해 준 제작자 조엘 돈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조엘 돈의 제작하에 로버타 플랙이 노래해 큰 성공을 거두었던‘The Ballade Of The Sad Young Man’을 그를 위해 노래 했다.

그런데 그녀가 출산 후에 녹음한 곡들은 그녀가 보다 자기 자신의 취향을 적극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 앨범이 익숙한 스탠더드 곡이 아닌 소울 가수 코린 배일리 래의 ‘Like A Star’로 시작되는 것에 많은 감상자들이 놀라움을 표시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곡뿐만이 아니다. 팝, 롹 계열의 가수 피오나 애플의 ‘Slow Like Honey’, 블루스와 성인 취향의 팝을 노래한 보니 래이트의 히트 곡 ‘I Ain’t Gonna Let You Break My Heart’, 그리고 폴 사이먼의 ‘I Do It For Your Love’등의 곡들이 그녀의 미성에 의해 노래되었다. 그녀는 평소 이들 노래를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특히 보니 래이트의 경우 어릴 적부터 그녀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그래서 한 번은 불러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여성 팝 가수들의 곡을 노래한 것은 비슷한 세대라는 공감도 있었지만 그동안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된 남성 작곡가들의 곡으로만 채워진 레퍼토리를 확장하고픈 마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편 지난 앨범에서도 그녀는 거의 모든 곡을 다 알 정도로 좋아한다는 이반 린스의 ‘Acaso’와 산뜻한 느낌의 삼바곡 ‘A Primeira Vez’를 통해 지난 앨범에 이어 브라질 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또한 비중을 줄였지만 그녀는 스탠더드 곡들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 ‘Something Cool’은 촉촉하고 달콤한 그녀의 목소리에 의해 정말 신선한 무엇(Something Cool)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분명 이러한 제인 몬하이트의 취향이 반영된 앨범의 다채로운 선곡은 30대의 시간에 접어들고, 한 사람의 아내가 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자신의 삶과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가 성숙되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실제 그녀는 이전까지 자신의 나이에 이해될 수 있는 노래들만 했었는데 이번 앨범부터 경험하지 못한, 그러나 이제는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노래를 마치 다양한 성격을 연기하는 마음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연기한 성격들이 바로 사랑하는 연인(The Lovers), 몽상가(The Dreamers), 그리고 자기 자신(Me)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앨범은 사운드의 측면에 있어서는 그녀의 이전 앨범들과 유사한 면을 보이지만 정서적으로는 한결 더 풍성하고 개인적으로 다가온다. 반주가 그녀의 목소리에 종속된다는 느낌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특히 앨범 후반부에 마이클 캐넌의 피아노나(Lucky To Be Me), 로메로 루밤보의 기타(A Primeira Vez) 반주로만 노래한 것은 그만큼 그녀가 자신의 정서로 공간을 채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번 앨범은 삶의 새로운 변화를 통해 제인 몬하이트가 음악적으로도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 나가기 시작했음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가 재즈 보컬에 대한 타인의 시선, 재즈 역사가 주는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졌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그렇기에 성숙된 변화의 시기를 넘어선 그녀의 미래의 음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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