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롤린스의 가장 빛났던 시기를 정리한 앨범
소니 롤린스는 재즈 색소폰을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거론되어야 할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물론 소니 롤린스 이전에도 콜맨 호킨스나 레스터 영 등 전설적 연주자는 많다. 그리고 그의 동료 연주자 가운데서도 많은 명인이 있다. 하지만 재즈 색소폰의 현대화를 이끌고 색소폰은 물론 재즈 전반에 영향을 끼친 연주자를 말한다면 소니 롤린스를 제일 먼저 언급해야 한다.
하지만 소니 롤린스는 구도자(求道者)적인 마음으로 자족(自足)을 위해 연주를 해왔다. 그렇다고 그가 감상자를 무시하며 연주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대중의 인기를 바라보고, 또 그 인기에 만족하는 것을 피하고 자신에 충실한 연주가 진실한 연주라는 자세로 연주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연주자로서의 삶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30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1940년대 후반부터 밥 곤잘레스, 텔로니어스 몽크, 마일스 데이비스, 버드 파웰 등의 명인들과 함께 연주하며 주목 받는 연주자로 성장했다. 그리고 1951년 모던 재즈 퀄텟과 함께 앨범 <Sonny Rollins with Modern Jazz Quartet>을 녹음하면서 리더로서의 활동을 알렸다. 그리고 1956년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경쾌하고 유쾌한 연주로 가득 찬 <Saxophone Colossus>에 이어 1957년 피아노 없는 트리오 편성으로 녹음한 앨범 <Way Out West> 등을 통해 최고의 연주자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1959년 이 정상의 자리를 떠나 그는 은둔의 길을 선택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당시 너무나 빨리 유명해져서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없을 지경이었고 또 그 가운데 자신의 연주를 더 연마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한적한 새벽 언론과 사람들의 눈을 피해 뉴욕의 윌리엄스버그 다리 위에서 자신의 연주를 한 단계 전진시키기 위해 색소폰을 연습했다. 이러한 연습은 약 2년간 지속되었다. 그리고 1962년 RCA 레이블과 새로이 계약을 하고 앨범 <The Bridge>를 발표하며 재즈계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소니 롤린스의 <Jazz Profiles> 앨범은 바로 RCA 레이블에서의 활동, 그러니까 2년여의 은둔을 마치고 새로이 활동했던 1962년부터 1964년까지의 활동을 정리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그는 8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이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음악적 특징은 여전히 피아노를 편성에 적극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선집만 해도 <Sonny Rollins & Co>에서 고른 “Now’s The Time”과 <Sonny Meets Hawks!>에서 고른 “All The Things You Are”에서만 피아노가 등장한다. 하지만 피아노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과거의 피아노 없는 트리오를 구수했던 것은 아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Now’s The Time>에서 선곡된 “St. Thomas” 한 곡에서만 트리오 연주를 만날 수 있다. 피아노의 사용을 자제하는 대신 그는 짐 홀의 기타를 종종 참여시켰다. 이번 선집의 경우 절반에 해당하는 5곡에서 짐 홀의 기타를 만날 수 있는데 그는 색소폰 뒤에서 조용히 여백을 메우거나 간간히 색소폰의 대화 상대로 등장하며 소니 롤린스가 추구한 자유로운 색소폰의 이상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 시기에 그는 선배나 동료 연주자들과 협연을 즐겼다. 색소폰이 재즈의 중심에 자리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선배 연주자 콜맨 호킨스와 함께 스테레오 채널의 좌우 한 쪽씩을 차지하고 앨범 <Sonny Meets Hawk!>을 녹음했는데 그 가운데 이번 선집에서는 “All The Things You Are”가 수록되었다. 또한 그는 당시 오넷 콜맨과 함께 프리 재즈의 열풍을 이끌고 있었던 코넷 연주자 돈 체리와 함께 연주하면서 자신이 새로운 경향에도 열려 있음을 밝혔다. 이번 선집의 경우 “Doxy”가 공연 실황 앨범 <Our Man In Jazz>에서 선곡되었으며 “There Will Be Another You”가 <3 In Jazz>에서 선곡되었다. 한편 앨범 <What’s New>에서 선곡된 “Don’t Stop The Carnival”은 이전 <Saxophone Colossus>에서 보여준 라틴 리듬에 대한 그의 애착을 새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RCA 에서의 짧지만 굵은 활동에 이어 그는 impulse 레이블에서 잠시 머무르며 인기를 누리다가 1968년 다시 두 번째 은둔에 들어갔다. 그리고 1971년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R&B, 팝, 펑키 리듬 등을 사용한 퓨전적인 사운드로 재즈계에 복귀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상의 색소폰 연주자로서 꾸준한 활동을 펼치며 많은 연주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음악 인생 전체를 두고 볼 때 이 RCA 레이블에서의 활동이 비록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음악적 성숙도와 다채로움에 있어 가장 빛났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 앨범이 바로 그 빛나는 시기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