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ssential George Benson – George Benson (Sony BMG 2006)

조지 벤슨의 음악을 종합적으로 재조명한 진정한 베스트 앨범

1.

“This Masquerade”로 빌보드 팝 차트 상위권에도 오르는 인기를 얻었고 또 8차례 그래미 상을 수상한 조지 벤슨. 그런데 현재 그의 이미지는 재즈 뮤지션이 아니라 하나의 엔터테이너에 더 가깝다. 실제 영상이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의 모습을 보면 진지한 면보다는 유쾌한 코미디언 같은 인상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빤짝이 옷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누가 진득한 뮤지션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을까? 게다가 최근 그의 앨범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과연 그가 재즈를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현재 그의 음악적 모습을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 그는 퓨전 재즈도 아닌 R&B를 노래하는 가수다. 만약 그의 현재 음악을 통해 그를 막 알게 된 감상자라면 그가 재즈 역사를 빛낸 뛰어난 기타 연주자라는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할 것이다. 다소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를 설명했을까?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현재 조지 벤슨의 모습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뛰어난 기타 연주자이자 보컬이 갈수록 자기 목소리를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될 뿐이다.

아무튼 조지 벤슨의 현재는 의외로 그의 과거를 설명하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약간 과도하게 생각한다면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애호가들은 그의 음악 이력이 앨범 <Breezin’>(Warner 1976)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그보다 더 나아간다면 1968년 6월 15일 웨스 몽고메리가 사망한 이후 당시 웨스 몽고메리의 앨범을 제작하고 있었던 크리드 테일러가 웨스 몽고메리의 공백을 메울 차세대 스타급 기타 연주자로 조지 벤슨을 선택하고 그 첫 결과로 <Shape Of Things To Come>(A&M 1969)을 발매했던 때에 머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설령 조지 벤슨이 그 이전에도 하드 밥 스타일의 기타 연주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감상자라도 이상하게 그의 이 초기 시절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글쎄. 보컬보다는 기타 연주자로서 활동했기 때문일까? 흔히 말하는 퓨전 재즈 기타 연주자, 보컬이 그의 주요 이력으로 자리 잡고 있기에 이전 활동은 하나의 과정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2.

사실 한 사람의 40년 이상의 음악 이력을 앨범 한 두 장으로 압축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게다가 그 사람이 여러 레이블을 통해 활동했다면 더 많은 현실적 제약이 뒤따른다. 이것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있는 다양한 종류의 베스트 앨범을 통해서 쉽게 확인된다. Best, The Very Best, Greatest, Ultimate같은 단어를 사용한 베스트 앨범들이 한 뮤지션을 대상으로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 그러면서도 결코 시원하게 그 뮤지션을 제대로 정리하고 있는 앨범을 만난 적이 나는 거의 없다. 여러 장으로 구성된 박스 세트가 아니라면 말이다. 어쩌면 이번 조지 벤슨의 음악을 정리한 앨범도 조지 벤슨의 음악 인생을 세밀하게 조명하는 데는 한계를 지닌다는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앨범은 여타의 베스트 앨범들과는 다소 다른 차원에서 조지 벤슨의 음악을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새롭게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먼저 시대와 연대를 따른 구성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보컬 중심으로 왜곡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을 조지 벤슨의 이미지를 기타 연주와 노래 모두에서 뛰어난 인물로 부각시키는 구성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사실 조지 벤슨이 노래를 하게 된 것은 100% 본인의 의지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앨범 내지에 담겨 있는 인터뷰를 통해 유추할 수 있듯이 음반사 쪽에서 기타 연주자보다는 보컬로 음반을 계약하고 싶어했기에 그 절충으로 보컬 한 두 곡을 앨범에 넣는 과정에서 재즈 보컬 쪽으로 음악 인생이 풀리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보컬의 관점에서 그의 음악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그의 음악을 단 절반만 보는 것이 된다. 이를 반영하듯이 앨범에 담긴 곡들은 보컬 곡도 있지만 기타 연주 곡이 더 많다. 그리고 그의 기타 연주 곡들을 듣게 되면 보컬이 아닌 기타 연주자로서 조지 벤슨이 얼마나 뛰어난 실력자였는지 실감하게 된다. 특히 첫 번째 CD를 들으면 그가 하드 밥 시대의 이디엄을 충실히 반영한 기타 연주자였는지, 그리고 펑키 사운드 와 그와 관련된 소울 계열의 퓨전 사운드 외에 보다 롹적인 퓨전 사운드에서도 얼마나 탄력적으로 자신의 연주를 펼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레이블을 초월한 선곡은 이 앨범이 조지 벤슨의 음악 인생을 제대로 정리했다고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근거로 작용한다. 실제 앨범에는 이 앨범의 제작사인 소니 BMG 사가 보유한 음원 외에도 조지 벤슨의 초기 음악 활동을 기록한 프리스티지 레이블의 음원, 그리고 워너 레이블의 음원까지 수록하여 보다 포괄적인 조지 벤슨의 음원들을 담고 있다. 물론 1981년 이후의 연주나 노래들이 수록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울 수 있겠지만 그 이후 조지 벤슨의 활동이 대중적 인기를 얻은 이후부터는 대동소이했음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아가 단순히 조지 벤슨의 리더 앨범 외에 다양한 활동을 입증할 수 있는 곡이라면 다른 연주자의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했던 곡들도 주저 없이 선곡되었기에 앨범은 보다 높은 완성도를 지닌다. 실제 앨범은 조지 벤슨의 연주 생활 초기에 그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오르간 연주자 잭 맥더프의 <Brother Jack McDuff: Live! >(Prestige 1963)의 수록곡 “Rock Candy”로 시작하여 스탠리 터렌타인의 대표적인 앨범 <Sugar>(CTI 1971)에서의 타이틀곡 연주, 마일스 데이비스의 <Miles In The Sky>(Columbia 1968)에서의 연주를 거쳐 거장 덱스터 고든의 1981년도 앨범 <Gotham City>(Columbia 1981)에서의 연주로 끝난다. 이처럼 폭넓은 관점에서 선곡이 되었기에 단 두 장으로 이루어진 앨범이지만 우리는 조지 벤슨의 음악을 대력적으로나마, 하지만 핵심만큼은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있는 조지 벤슨의 보컬 히트곡 “This Masquerade”나 “Give Me The Night”도 수록되어 있다.

3.

그런데 이 베스트 선집을 듣다 보면 우리는 전혀 다를 것 같은 초기 연주와 퓨전 시대의 연주 사이에 일종의 연속성이 존재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바로 그루브에 대한 애착이다. 실제 잭 맥더프와 활동을 시작하여 기타 연주자로서 리더 앨범을 발표하고 나아가 보컬을 전면에 내세워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기 까지 음악적 흐름을 대표하는 앨범 수록 곡들을 차근차근 듣다 보면 그루브에 대한 조지 벤슨의 강한 애착을 발견할 수 있다. 단지 그것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그 결과 앨범은 자연스럽게 보컬 이전에 출중한 기타 연주자였던 조지 벤슨, 퓨전 이전에 하드 밥 연주에서도 뛰어났던 조지 벤슨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나는 이것이 이 앨범의 가장 큰 주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곧 앨범 수록곡들을 선정하고 배열한 제작자 리차드 세이델의 숨겨진 의도이기도 하다. 그는 조지 벤슨의 히트 곡들을 단순히 시대별 연대별로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조지 벤슨의 다양한 활동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분위기에 맞게 배열했다. 그렇기에 노래만큼이나 기타 연주를 잘하고 퓨전 시대 이전부터 자신의 역사를 지닌 조지 벤슨의 이미지가 앨범에 형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앨범을 들으면서 하나의 심심한 전기를 읽는 느낌이 아닌 보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조지 벤슨의 음악 인생을 다룬 평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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